최재형,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비난 두려워 못했던 말 하겠다”

입력 2021-09-16 16:48

국민의힘 대선 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6일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을 발표했다. 최 전 원장은 “한국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업 지분의 상속에는 최대 절반이 넘는 세금을 물려 가업 경영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원장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상속세 폐지 공약을 제시한 것은 지지율 하락을 딛고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최 전 원장은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만 사람들 비난이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캠프 상황실장을 지냈던 김영우 전 의원은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최 전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세 폐지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상속세는 평생 열심히 일한 돈으로 집 한 채, 차 한 대, 주식 약간을 보유하고 살다가 후대에 남겨주고 가고 싶은 일반 국민들이 부딪혀야만 하는 과제이자 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사라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특정 세금이 중산층 국민에게까지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기업의 성장과 영속 자체를 막아선다면 그 세금은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부유층에 국한됐던 상속세 문제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이제는 중산층에게까지 확대됐다는 얘기다.

최 전 원장은 상속세 전면 폐지로 인한 세수 감소에 대해서는 “상속 받은 재산이 현금·예금이라면 소득세로 과세하고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면 처분하거나 이전할 때 과세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등을 재설계해 상속세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없애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 전 원장이 답보 상태에 빠진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4명으로 추리는 2차 컷오프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적 색채가 짙은 공약을 발표하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이 지난 14일 밤 예고 없이 “캠프를 해체한다”고 밝힌 것도 부진한 지지율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반전 카드로 해석됐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 전 원장이) 지난 일요일 상속세 폐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한다고 해 제가 제동도 걸었다”면서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였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최 전 원장의 상속세 폐지 공약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또 “최재형다움의 실체가 진짜로 뭔지, 있다면 그게 주변의 어떤 사람들에 의해 침해돼 가는지, 냉정한 분석이 선행된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전 원장이 캠프 1호 영입 인사로 소개한 김 전 의원은 최근 캠프가 해체되면서 캠프를 떠났다.

최 전 원장도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속세 전면 폐지 공약은) 캠프 내에서 반대 의견이 참 많았다”며 “캠프 내에서는 충분한 논의 없이 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많았는데, 용기 내서라도 이 문제를 꺼내는 게 옳다고 생각해 공약을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