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문(親文) 세력의 주축인 홍영표·김종민·신동근 의원이 당내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친문 직계 조직이었던 ‘부엉이 모임’을 계승한 ‘민주주의 4.0’ 소속인 이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공약을 줄곧 비판해왔다. 호남 경선 투표를 앞두고 정세균 전 총리가 후보 사퇴한 데 이어 정 총리를 지지하던 이들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경선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들은 1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정부 초대 총리, 최장수 총리를 지낸 이낙연 후보는 문재인정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며 “문재인정부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어갈 후보”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줄 본선 필승 후보”라고 평가하며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최초로 결선 투표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 후보에게 조금만 더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다른 이유로는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이끌 가장 적임자”라면서 “국난극복에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민주적 리더십, 신뢰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후보는 문재인정부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으로 신뢰를 얻었다”면서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문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듯이 ‘환상적인 당정관계’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문 정부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1년 전 총선에서는 민주당의 전국 거의 모든 접전 선거구에서 이낙연 지원 유세를 요청했다. 민주당 180석 압승에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 경선이 좀 더 역동적이고 생산적으로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재명 후보 대세론이 많으나 남은 기간이라도 경선 과정이 대화와 토론, 축제의 과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선이 이재명과 이낙연, 크게 두 흐름이 있는데 그 안에 민주당이 나아갈 길, 어떤 나라로 갈 것이냐에 큰 차이가 있다. 한쪽으로 쏠려 비전에 대한 논쟁이 사그라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전 총리가 사퇴한 마당에 민주당 내 건강한 경쟁 구도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이재명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엔 “특정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홍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입장을 밝히는 배경”이라고 답했다.
신 의원은 “야당은 홍준표가 될지 윤석열이 될지 모를 정도로 박진감 있게 진행되는데 우리는 일방 사이드로 정리되면 국민 주목도가 낮아질 것”이라며 이번 공개 지지선언의 이유를 설명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