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 LPG충전소 4곳의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가정에서 취사나 난방에 사용하는 프로판 가스를 판매하는 도내 가스판매점 대부분이 이들 4개 업체로부터 가스를 납품받고 있어 담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역 사회에 파장이 클 전망이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광주사무소가 도내 LPG충전소 4곳(천마, 미래, 한라, 우리비케이 에너지)에 대해 가격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11~12월 충전소 4곳이 충전 단가를 ㎏당 90~130원씩 일제히 인상하자 일부 소매업체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하면서 최근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를 받고 있는 충전소들은 정유사로부터 가스를 사들여 도내 소매업체에 판매하는 납품업체로 이들 4개 업체가 도내 140여개 가스판매점 대부분에 납품해왔다.
신고인을 포함한 일부 가스판매점 대표들은 충전소들이 공정하게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고 가격을 담합함으로써 소매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인상된 가격으로 물건을 납품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추가 인상된 가격은 고스란히 도민과 가스판매점이 부담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4개 충전소가 가격 담합을 약속했다는 내용의 문서 사본이 공정위에 증거로 제출됐다. 이 문서는 당시 충전소 업무에 관여했던 내부 관계자가 ‘담합 문서’를 은행 금고에 보관하기 전 복사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제주지역 충전소를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인 데 이어 조만간 충전사업자 대표 등을 상대로 개별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동시 인상을 추진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조사를 시작한 상황”이라며 “담합의 증거로 신고인 측이 제출한 문서 내용 등을 토대로 4개 사업자 간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 등의 후속 조치가 취해진다.
이에 대해 충전소 측은 “(지난해의 경우)국제 유가 인상과 인건비 상승을 고려해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다시 가격을 내렸다”며 “담합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소매점들은 도내 4개 충전소로부터 더 이상 가스를 납품 받지 않기로 하고 저장 탱크가 설치된 차량을 배에 실어 다른 지방 충전소에서 가스를 공급 받고 있다. 뱃값을 지불해도 도내 충전소에서 납품 받는 가격보다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소매점 관계자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조사에서 충전소들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더라도 이들의 우월한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유통 경로를 강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도내 시민사회단체는 공정위에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는 13일 성명을 내고 “서민 가계와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 LPG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만큼 담합 시 피해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전가된다”며 “도내 충전소 담합 의혹에 대해 제대로 조사하고 위법 행위 확인 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