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부터 코인노래방을 운영한 김익환(34)씨는 코로나19 이후 영업장 1곳을 제외하고 모두 폐업했다. 이 곳마저 적자가 감당이 안 돼 문을 닫을지 고심하고 있다. ‘코인노래방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김씨는 15일 통화에서 “창업을 알아볼 때 참석한 박람회에서 무인(無人) 가게를 장려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갖고 시작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에서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씨는 “힘든 업주들이 굉장히 많다. 죽겠다는 소리가 매일 들린다”고도 전했다.
19년간 PC방을 운영한 A씨는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세 곳 중 한 곳을 폐업했었지만, 피해 상황은 그 때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A씨는 “메르스 때는 2~3개월 정도 ‘짧고 굵게’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길고 굵게’ 고통 받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A씨도 ‘새로운 문화에 도전하고 싶다’는 다부진 희망을 갖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A씨는 “정부는 부디 자영업자를 코로나19 최대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여행사들도 최악의 상황을 견디고 있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지난해 4월부터 여행업 통계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여행사 매출이 거의 ‘0’에 수렴해 집계할 의미가 없다”며 “심지어 매출 등 기본적인 실적을 취합할 인력조차 없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껏 여행업은 외화 획득도 하고, 세금까지 꼬박꼬박 내면서 국가에 보탬이 된 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코로나19 이후 상황은 암담할 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 업종에 속한 자영업자들은 전에 없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표현은 “죽겠다”였다.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은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긴급 대출의 경우 오히려 향후 상환이 부담된다고도 한다. B씨는 “정부가 해주는 대출도 결국 빚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상황이 나아질 게 확실하면 빚을 내서라도 버티겠는데, 그건 아무도 모르지 않나”고 말했다. A씨는 “지금 매출로는 도저히 대출을 상환할 시간과 여건이 안 된다.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피해 업종과 수혜 업종은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생활 밀착 100대 업종 가운데 노래방, 여행사, 피시방은 사업자 증감율이 하위 10위 이내에 속했지만, 온라인 쇼핑몰 등 통신판매업은 2019년 20.7%, 지난해 24.29% 가량 늘었고, 지난 5월 기준으론 34.78% 증가하며 1위를 차지했다.
교습소·공부방은 올해 19.37% 늘며 증가율 3위를 기록했다. 2019년 11위, 2020년 8위에서 순위가 급등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학원 폐업은 늘어났지만, 1인 과외나 소규모 공부방 위주인 교습소·공부방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커피 배달 시장이 활성화되고, 프랜차이즈 확장이 지속되면서 커피 전문점은 3년간 각각 18.69%, 16.32%, 16.81% 늘어나며 증감율 상위권에 속했다.
조민아 강준구 김지훈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