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 인권센터 “청소노동자 정장은 인권침해”

입력 2021-09-14 16:59 수정 2021-09-15 09:50
지난 8월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요구 시민사회 연서명 전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한결 기자


서울대 인권센터가 지난 6월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 이씨에게 드레스코드(정장 착용)를 요구한 것과 영어 시험을 실시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14일 유족 측에 따르면 인권센터는 결정문에서 기숙사 안전관리팀장 A씨가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회의 참석 시 정장 등 착용을 요구한 행위, 회의에서 시험을 실시한 행위에 대해 규정 제2조 제5호의 인권침해 등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해당 규정은 행위자의 의도가 없더라도 그 행위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됐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인권센터는 지난 7월 8일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의뢰 받아 이튿날 조사를 개시했다. 인권센터는 피조사자인 A씨와 해당 기숙사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청소노동자를 상대로 인권침해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인권센터는 A씨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일명 ‘드레스코드’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청소노동자들이 업무 외적인 지시 또는 불필요한 부담으로 느낄 수 있고, 복장 준수 여부가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봤다.

업무와 무관한 내용으로 시험을 실시한 행위에 대해서도 인권센터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센터는 A씨가 시험실시의 필요성 및 방법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업무와 무관한 내용으로 시험을 시행하면서도 시험 성적이 근무성적평정에 반영된다고 고지한 행위가 청소노동자들 인권을 침해했다고 적시했다.

반면 앞서 제기됐던 고인의 기숙사 내 과도한 업무량 및 근무 환경, 청소 검열, 점심 식사 시간 점검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전부 인권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망자 남편 이씨는 조사 결과에 대해 “인권침해에 해당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아쉽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조사에 응한 인원들이 대부분 학교 측 인사”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 몇몇 교수에 의해 자행된 2차 가해 부분은 아예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