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주 변호사 살인’ 피의자 죄명 변경 ‘살인죄’로 기소

입력 2021-09-14 16:19 수정 2022-02-17 16:11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 달 18일 제주로 압송되고 있다. 김씨는 지난 6월 23일 캄보디아에서 차량 이동 중 경찰에 불법 체류 혐의로 검거된 뒤 8월 5일 추방이 결정돼 지난달 18일 국내로 송환됐다.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모(55)씨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다.

제주지방검찰청은 1999년 11월 5일 오전 3시15분부터 오전 6시20분 사이 제주시 관덕정 인근에서 흉기로 이승용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당초 경찰은 김씨에 대해 이 변호사 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직접 흉기로 이씨를 살해하지 않았더라도 같이 모의하고 함께 현장에 있었다고 판단,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김씨의 죄명을 살인죄로 변경했다.

당시 범행에서 김씨의 역할과 공범과의 관계, 범행 방법, 범행 도구 등에 비춰 피의자에게 살인죄의 공동정범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판례 상 다수가 범행을 공모하고 이중 일부가 실제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직접 범죄를 실행하지 않은 자도 공동정범이 성립될 수 있다.

검찰은 김씨가 1999년 8~9월 불상자의 지시를 받아 ‘갈매기’라 불리던 손모씨와 피해자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갈매기 손씨가 1999년 11월 5일 오전 3시15분부터 오전 6시20분 사이 제주시 관덕정 인근에서 흉기로 이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손씨는 2014년 8월 사망했다.

검찰은 피의자와 손씨 등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 추적, 피의자 휴대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장소에 대한 압수 수색 및 주변 인물 등 다수의 참고인을 상대로 한 조사를 통해 피의자를 공동정범으로 볼 수 있는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공소시효와 관련해 검찰은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한 2014년 3월부터 2015년 4월까지 13개월 간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판단했다.

1999년 범행이 이뤄졌을 당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 따라서 정상적으로라면 이 사건 공소시효는 2014년 11월 4일이다. 그러나 해외 도피 기간 13개월이 얹어지면서 공소시효는 2015년 12월 4일로 연장됐고, 같은 해 7월 형사소송법 상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됨에 따라 공소시효 폐지 규정이 본 건에도 적용된다고 보고 있다.

이승용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50분쯤 제주북초등학교 인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44세였던 이 변호사는 타 지역에서 검사로 재임하다 고향 제주도로 내려와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이었다.

이 변호사는 가슴과 배 등을 날카롭고 강한 칼에 찔려 과다 출혈로 숨졌다. 현금이 든 지갑은 현장에 남아 있었다. 경찰은 살해를 목적으로 한 살인 사건으로 보고 당시 이례적으로 높은 현상금까지 걸고 수사에 나섰으나 범인을 잡지 못 했다. 2014년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당시 사건을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체류 중이던 피의자 김씨의 인터뷰 내용이 빌미가 돼 재수사가 시작됐다.

김씨는 방송에서 당시 자신이 속해있던 제주지역 폭력조직 유탁파 두목의 지시로 범행을 계획했고 같은 조직원인 ‘갈매기’가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제주 경찰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김씨가 사건 당시 상황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해외에 체류한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된 것으로 보고 지난 4월 체포 영장을 발부 받고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캄보디아에 머물던 피의자는 지난 6월 23일 현지에서 차량 이동 중 경찰에 불법 체류 혐의로 검거됐고 8월 5일 추방이 결정된 뒤 같은 달 18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후 제주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지난달 27일 사건 송치 이후 약 20일간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이 변호사 피살사건의 배후와 동기를 규명하기 위한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