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측 “김앤장 출신 판사, 기피 신청”

입력 2021-09-14 15:14

일본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측이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가 일본 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며 기피 신청을 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 A씨 등의 소송을 지원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A씨 등은 2019년 4월 일본제철과 JX금속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이 판사가 심리중인데, 일본기업 측은 공시송달 효력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6월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민변은 “이 판사는 2003~2017년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근무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 피고 소송대리인들은 최소 10년에서 최대 14년을 이 판사와 함께 김앤장에서 근무한 동료 변호사”라고 기피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판사와 피고 소송대리인들은 함께 근무하면서 업무적 협업은 물론 개인적 친분 또한 상당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재판부를 바꿔야 할 사정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가 김앤장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도 기피 사유가 된다는 게 민변 측 논리다. 그동안 여러 번 제기된 강제징용 관련 소송에서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이 주로 일본 기업을 대리했고 2012년 이후에는 김앤장에서 아예 ‘징용사건 대응팀’을 꾸렸다는 이유에서다.

민변은 “개별 소속 변호사를 넘어 법률사무소 차원에서 오랜 기간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을 맺고 깊숙이 관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판사에게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