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파업 피했지만… 인력감축·재정적자 불씨 여전

입력 2021-09-14 14:06 수정 2021-09-14 15:31
13일 오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극적인 협상타결로 서울 지하철 총파업을 피했다. 하지만 만성적인 재정적자 등 근본 문제가 여전해 후속 합의 과정에서 재차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서울교통공사 노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이르면 이번 주중 임단협 잠정합의안의 후속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노사는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열린 5차 임단협 본교섭에서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노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하고, 노사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안전 강화 및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심야 연장운행 폐지와 7호선 연장구간 운영권 이관을 추진하고, 이에 따른 근무시간과 인력운영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의키로 했다. 코로나19 등 여파에 따른 재정위기와 관련해 정부와 서울시에 공익서비스 손실 보전 등을 건의하기로 했다.

노사가 잠정합의로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 문제는 여전하다. 공사는 2017년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합병 이후 2019년까지 3년 연속 5000억원대 적자를 내다가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에는 당기순손실 1조1137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도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사상 최대치인 1조6000억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요금인상이나 정부의 무임승차 보전, 서울시의 재정지원 등이 필요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공사 관계자는 “인력(감축) 부분은 명확히 거론된 바는 없다”며 “제도를 개선하고 안전한 지하철 운행이 될 수 있도록 노사가 노력하겠다는 것으로 계속 협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잠정합의를 했지만 후속조치에 따른 노사 간 첨예한 대립들도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서에 담긴 심야연장 폐지와 7호선 연장구간 운영권 이관 문제도 인력감축과 연관돼 논쟁이 될 수 있고, 비핵심 업무의 외주화나 위탁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노사 간 합의를 이뤄도 신규채용은 서울시 승인 사안이라 결손 인력 채용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경우 지하철 안전 문제 우려도 나올 수 있다.

어르신·장애인·유공자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의무(PSO)에 따른 손실보전은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하는 부분이다. 노조 관계자는 “PSO 재정, 노후 전동차·시설물 교체·개량 비용 등 지원은 노사 간 문제라기보다는 법·제도적 문제”라며 “국회 차원에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무임수송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에 대해서는 노사와 서울시가 같은 의견이기 때문에 함께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노조의 요구인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부가 무임 손실을 보전하고 있는 코레일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노조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