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최단거리에서 볼 수 있는 김포 애기봉이 평화생태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곳까지 거리는 불과 1.4㎞정도다.
안보 관광지인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이 평화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해 5년 만에 다시 시민들에게 임시 개방됐다.
지난 10일 이곳에 임시 개장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북한 개풍군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뿐만 아니라 한강 하구의 역사와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 수도권 명소로 발돋움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입구에서 안내 푯말을 따라 언덕길을 2㎞가량 오르면 애기봉 정상 뒤편에 조성된 ‘평화생태전시관’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은 연면적 4404㎡,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각기 모양이 다른 건물 4개가 이어진 형태였으며 3개의 전시장과 가상현실(VR) 체험관을 갖추고 있다.
‘평화’를 주제로 꾸며진 첫 번째 전시장은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인 ‘조강(祖江)’과 어우러진 북한 개풍군이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리창에는 눈높이에 맞춰 각 지역의 지명이 표시돼 있다. 전시장 바닥에 그려진 지형도는 이 일대 지형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애기봉(愛妓峰) 지명의 유래를 설명하는 글이 적혀있다.
두 번째 전시장은 '생태'를 주제로 꾸며져 있다. 재두루미, 흰꼬리수리, 저어새 등 이 지역에 서식하는 조류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볼 수 있다.
특히 저어새는 빔프로젝터 등 장비를 이용해 전시장 내부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연출돼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미래’를 주제로 꾸며진 세 번째 전시장은 내부 벽면이 모두 스크린으로 조성됐다.
마지막 전시장인 가상현실 체험관에서는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개성 고려 유적지인 만월대, 개성 남대문, 선죽교 등을 3차원(3D) 영상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해당 영상은 가상의 철도를 타고 고려시대 수도였던 '개경'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내용으로 제작됐다.
평화생태공원 관계자는 “3∼5년마다 영상의 내용을 바꿔 상영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북한의 모습을 가상현실로 실감 나게 체감할 수 있도록 영상 콘텐츠를 다양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애기봉 정상지점에는 현대적인 건물로 지어진 ‘조강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이 전망대는 연면적 2215㎡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평화교육관, 루프탑154(전망대), 카페 등 시설을 갖췄다. 주변에는 6·25 전쟁 65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남북평화의 종’과 야외 공연장 등이 있다.
평화교육관과 루프탑154에서는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북한 개풍군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이들 시설은 평화생태전시관보다 높은 곳에 있어 북측 지형을 더 잘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카페도 조성돼 조만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포시는 북측을 바라보며 커피나 차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김포시는 임시 개장한 이 공원을 이달까지 예약제로 운영한 뒤 다음 달 7일 공식 개장할 방침이다. 이달 방문 예약은 시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미 모두 마감됐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이 북녘과 조강, 한강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인류의 평화를 염원하고 자연생태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예산 259억8200만원이 투입돼 2017년에 착공, 4년만인 2020년 준공됐으나 전시 콘텐츠 기획 등의 이유로 개관이 미뤄지다가 5년만인 이달 임시 개장했다.
애기봉은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조강 기슭 한가운데 솟은 높이 154m의 봉우리다.
과거에는 군 시설인 전망대와 1971년에 세워진 철탑인 ‘애기봉 등탑’이 있었다. 기독교계에서 매년 이 철탑에 조명장식을 하고 점등하는 것을 놓고 남북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자 국방부는 설치 43년만인 2014년 이 철탑을 철거했다.
김포=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