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모임 완화 불안해”… 우려 속 ‘과도기 명절 풍경’

입력 2021-09-14 10:18

집안 맏며느리 문모(70)씨는 명절을 앞두고 정부의 추석 연휴 사적모임 완화 지침이 발표되자 걱정부터 앞선다. 지난 39년 동안 문씨의 집은 명절 때마다 제주, 충주 등 각지에 흩어져 살던 일가친척들이 모이는 장소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는 거리두기 조치를 지키며 친척을 맞지 않는 명절을 보냈던 터라 감염 위험을 걱정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올 추석에 사적 모임 제한이 완화되면서 일부 친지들은 방문 의사를 전했다. 문씨는 14일 “1년 중 명절에나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코로나19를 핑계로 ‘이번 추석에도 오지 말라’고 얘기하는 건 망설여진다”면서 “대부분 70대 전후 고령인 친척들이 지방에서 오는 거라 감염에 더 취약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친지들이 한데 모이는 명절 풍경이 한동안 자취를 감췄었지만 올 추석은 백신 접종률 증가와 정부의 거리두기 시행 완화로 과거 명절 풍경을 되찾아가는 ‘과도기’가 될 전망이다. 명절이 감염 위험성 때문에 두렵다거나 크고 작은 ‘명절증후군’을 걱정하는 반응도 늘어나고 있다.

오는 26일까지는 추석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되는데 추석 연휴 기간인 17일부터는 일주일 동안 ‘가정 내 최대 8인까지’ 가족 모임을 허용한다.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고 있는 지역은 추석 연휴와 상관없이 예방접종 완료자 포함 8명까지 사적 모임도 가능해진다.

명절 가족 모임이 가능해져 지역 이동 인파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에 사는 전모(35)씨는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친 시어머니로부터 “올해 추석에는 8명까지 가족 모임이 가능하다고 하니 대구에서 꼭 가족끼리 모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전씨 부부는 아직 백신을 2차까지 맞지 못한 상황인데다 5살 딸까지 있어 지방을 오가기엔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다. 전씨는 “아무리 모임 장소를 가정 내로 한정한다고 해도 KTX를 타거나 자가용으로 이동하다 휴게소에 들르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과연 안전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혼 후 첫 명절을 맞는 이들 중에는 코로나19 걱정에다 ‘명절증후군’까지 동시에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10월 결혼한 최수영(29)씨는 올 추석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서울과 인천, 춘천을 돌며 친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결혼 후 첫 명절이었던 지난 설에는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인사드리지 못한 터라 사실상 처음 겪는 명절인 셈이다. 최씨는 “공식적인 첫 인사라 긴장이 되는데 방역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결혼한 이후 올 추석 첫 가족 모임을 하는 정모(30)씨도 “1차 접종만 갓 마친 젊은층 입장에서는 이번 명절 기간이 너무 섣부른 모임이 아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코로나19 명절 찬스’를 이용해 명절 가족 모임 대신 ‘추캉스’(추석+바캉스)를 보내려는 이들도 있다. 호텔들도 이를 겨냥한 명절용 패키지를 내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숙박업계는 모처럼 연휴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여러 판촉행사를 통해 고객들의 예약률을 끌어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성필 신용일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