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가 이끄는 안은미컴퍼니는 오는 17~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레알 드 샤에벡 극장을 시작으로 5개국 6개 도시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초연했던 신작 ‘드래곤즈’가 레알 드 샤에벡 극장의 2021~2022시즌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라가는 데 이어 21~22일 프랑스 리용 무용의 집, 28일~10월 2일 프랑스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시립극장), 10월 13~14일 독일 포츠담 탄츠타게 페스티벌, 10월 19~20일 룩셈부르크 테아트르 드 라빌에서 선보인다. 그리고 안은미컴퍼니는 10월 29~30일 스페인 세비야의 테아트로 센트랄(중앙극장)에서 ‘안은미의 북한춤’으로 유럽 투어를 마무리한다.
안은미컴퍼니와 시나브로가슴에 유럽으로
안은미컴퍼니는 2010년대 이후 한국 예술단체 가운데 해외에서 초청을 가장 많이 받는 단체다. 많을 땐 연간 수십여 개에 달하는 해외 공연장과 축제 무대에 섰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모두 취소 또는 연기됐다. 그러나 올해 백신 접종에 힘입어 유럽의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열면서 안은미를 포함한 10명으로 투어를 재개했다. 안은미는 11월 파리에서 일반 시민들 및 아마추어 예술가들과 만드는 공연 ‘1분 59초’도 선보일 계획이다.
안은미는 12일 전화통화 인터뷰에서 “이번에 공연하는 유럽 극장들로부터 티켓이 거의 다 팔렸다고 들었다”면서 “관객들이 오랜만에 라이브 공연을 접하게 되면서 기대가 큰 모양이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싱가포르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연주자들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단됐던 해외 공연에 하나둘 나서기 시작했다. 김봄소리와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지난 8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과 유럽 국제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했고,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이스라엘 예루살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협연자로 섰다. 개인 예술가들보다 늦어졌지만 안은미컴퍼니를 시작으로 예술단체들의 유럽 투어가 재개됐다. 안무가 권혁, 안지형, 이재영이 이끄는 또 다른 현대무용 단체인 시나브로가슴에는 17~24일 영국 런던의 대표적 현대무용 기관 ‘더 플레이스’ 주최 제4회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나브로가슴에의 첫 해외 공연이다.
주영 한국문화원이 더 플레이스와 2018년부터 공동 주최하는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은 런던 관객들에게 한국의 현대 무용을 선보여 왔다. 코로나19 탓에 지난해는 댄스필름과 다큐멘터리 등 영상으로 열렸지만, 올해는 다시 대면 공연으로 열린다. 4회째인 올해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플레이스의 라이브 복귀 공연으로 두 팀이 참가한다. 17~18일에는 영국 거주 안무가 허성임이 2019년에 발표한 ‘W.A.Y’를 발전시킨 ‘W.A.Y(re-work)’를 공연하고, 23~24일에는 시나브로가슴에의 ‘제로(Zero)’와 ‘이퀼리브리엄(Equilibrium)’를 선보인다.
주영 한국문화원은 또 런던재즈페스티벌 주관사인 시리어스(SERIOUS)와 함께 2013년부터 공동 주최하고 있는 K-뮤직 페스티벌도 10월 6일~11월 17일 런던의 여러 공연장에서 연다. 악단광칠을 시작으로 가야금 박경소 박순아, 그룹 신노이 동양고주파 블랙스트링 달음 등이 참가한다.
독일서 열리는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엔 30여명 참가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국 전통음악가 30여 명이 참가하는 ‘2021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이 16일과 21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주독일 한국문화원이 한국의 현대음악을 독일에 알리기 위해 2019년 시작한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은 올해가 3회째. 2회째인 지난해에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축제 기간을 하루로 단축하긴 했지만 대면 공연으로 진행됐다.
한국 창작음악 페스티벌은 지난해까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로 나섰지만, 올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이 함께 한다. 한예종 전통예술원은 문체부가 후원하는 2021 예술한류 전통예술 선도사업 실행기관이다. 올해 페스티벌에는 작곡가인 임준희 한예종 전통예술원장을 비롯해 아쟁 김영길, 가야금 박이슬 윤소현, 거문고 전우석, 해금 천지윤 김용하, 정가 하윤주, 대금 변상엽 이주연, 타악 박범태 함동우, 피아노 이기준, 한누리 무용단 등이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전통예술원은 베를린에 이어 23일 독일 쾰른과 25일 스위스 베른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임준희 전통예술원장은 “최근 유럽에서는 K팝이나 영화 등 한국 대중문화 외에도 전통음악 등 한국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면서 “이번 독일 공연은 한국 음악의 매력을 집중적으로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예술단체의 유럽 투어가 재개된 것은 2021~2022시즌이 시작되는 9월부터 유럽 공연장의 운영이 대부분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실상 폐쇄됐던 유럽 공연장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아짐에 따라 지난 5월부터 하나둘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뮤지컬의 양대 본산’으로 꼽히는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는 5월에는 거리두기를 적용해 객석의 50%만 판매했지만 7월부터 100% 판매하고 있다. 또 지난 7~8월 유럽의 공연예술축제들 가운데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브레겐츠 페스티벌 등도 객석의 100%를 판매했다. 그리고 2021~2022시즌이 시작되는 9월부터는 유럽의 공연장은 마스크 착용만 제외하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계속 바뀌는 방역지침… 투어 위해 백신 접종완료 필수
유럽에서 예술가 및 예술단체의 국외 투어도 5월부터 재개되기 시작했다. 원래 유럽연합(EU)은 솅겐 협정을 통해 역내 인적·물적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 왔지만 코로나19로 각국이 국경 통제에 나서면서 이동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백신 접종이 빠르게 증가하자 솅겐 협정을 부활시켰다. 또 백신접종 여부 등 국가의 방역 방침에 따라 다르지만 자가격리 의무도 대부분 해제됐다.
한국에서 유럽을 방문할 때 국가마다 방역지침이 다르다. 즉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공연하는 안은미컴퍼니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지만, 영국에서 공연하는 시나브로가슴에는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EU 국가를 방문하는 한국인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증이나 백신 접종 확인서를 제출하면 자가격리가 필요 없다. 반면 EU에서 탈퇴한 영국은 입국자의 국적이나 출발국가에 따라 자가격리가 필요 없는 그린(green), 자가격리가 필요한 앰버(amber), 입국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 레드(red)의 세 그룹으로 나눈다. 한국은 앰버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시나브로가슴에는 영국 도착 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다만 5일째 되는 날 PCR 검사를 받아 결과가 음성이면 자가격리를 조기 종료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12월 예술가에 대해서도 영국 내 자가격리 면제조치를 시행했지만 이듬해인 지난 1월 코로나19 악화 등으로 중단됐다.
투어에 나서는 국내 단체들도 여느 때와 달리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 예방 등 안전 문제부터 컨디션 조절까지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유럽 투어를 떠나는 예술단체와 예술가는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다. 시나브로가슴에의 조하나 PD는 “올 초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의 초대를 수락했지만, 영국 방역 상황에 따라 바뀌는 코로나19 규정을 계속 주시해야 했다”면서 “무엇보다 우리 팀 10명이 백신접종을 완료하고 떠날 수 있도록 잔여백신 접종에 사활을 걸었는데, 다행히 모두 접종을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자가격리 대신 공연장이나 식당을 이용할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는 것과 반대로 프랑스 등에서는 그 반대다. 안은미는 “프랑스에선 백신 접종 증명서나 72시간 내 PCR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실내 시설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영문으로 서류를 발급받은 후 현지에서 QR코드 변환을 받아야 한다”면서 “이렇게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힘든 적은 없었지만 투어 재개는 공연계의 정상화 과정인 만큼 기쁘게 했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