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고 고쳐져야 했던 ‘최강욱 고발장’, 과연 어디서 왔나

입력 2021-09-14 00:03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오른쪽)와 황희석 최고위원이 1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에 대한 고소장 접수를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제보자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4월 3일과 4월 8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손준성 보냄’ 형식의 텔레그램 사진으로 전달받은 고발장 2건을 당에 넘기지 않았다고 언론 인터뷰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 4월 8일에 전달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장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인 조상규 변호사가 작성하고 실제 검찰에 낸 고발장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 있다. 조 변호사는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던 정점식 의원 측에게서 초안을 제공받았으며, 이 초안을 거의 그대로 적었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이 야권에 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명확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문건이 조씨에게서 끝난 전달 경로 이외에 조 변호사에게 이른 또 다른 경로의 확인도 필요한 상황이다. 조 변호사가 제공 받았다는 초안은 지난해 4월 22일 국회 컴퓨터로 작성된 것인데, 정 의원 측은 출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원에게서 조 변호사로 건네지기 이전까지 고발장 등 문건을 갖고 있던 이는 과연 누구였는지, 그는 누구로부터 문건을 받았는지 역시 향후 공수처 등의 규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4일 최 대표의 범죄 행위로 주장한 내용을 변경하는 의견서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제출했다. 조 변호사는 이 ‘고발취지 변경서’에 앞서 지난해 8월 작성·제출한 고발장에서는 최 대표의 지난해 4월 2일 유튜브 방송 발언 대목을 범죄 행위로 들었다. 최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법무법인 인턴활동을 놓고 “걔는 고등학교 때부터 했어요”라고 발언한 점을 문제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조 변호사는 고발취지 변경서와 함께 팟캐스트 녹취록을 제출하고 최 대표의 다른 발언을 새로 지적했다. 최 대표가 지난해 4월 1일 팟캐스트 방송에서 “제가 내용을 확인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으니깐 고거를 확인하고 보내준 거였거든요”라고 발언한 내용을 허위로 지적한 것이다. 요컨대 제삼자의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고발 내용을 특정한 셈이다. 조 변호사는 당시 고발취지 변경서에서 “(애초 고발 내용인) 유튜브 방송은 편집본으로서 피고발인의 진술을 모두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이 같은 고발취지 변경과 그에 따른 추가 진술 사실이 앞서 제출된 최 대표 고발장의 수준과 관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초안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은 지난해 8월의 고발장은 송출된 방송의 일부 편집본에 기초했고, 대법원 판례상 허위사실공표죄로 판단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도 당시 이 때문에 조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8월의 고발장이 ‘공들이지 않은 것’이었다는 방증이라고 조 변호사는 돌이켰다. 조 변호사가 기억하는 당시 당내 분위기도 ‘아무도 관심이 없던 상황’에 가까웠다. 그는 “‘이것 할 수 있겠습니까’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한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그렸다. 굵직한 고발이 있을 때에 으레 있는 ‘포토타임’ 같은 것도 당시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조 변호사는 고발장을 작성할 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귀중’으로 썼다. 최 대표는 이날 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후에 수신처가 대검으로 변경된 것을 확인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검에서 해주길 바란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후 사건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15일 공소시효 완성을 4시간 앞둔 오후 8시 최 대표를 기소했다.

조 변호사는 본인의 경험에 비춰 ‘과연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결부된 은밀한 작업이었겠느냐’는 의문을 갖는다. 중요한 고발이니 공들여야 한다는 분위기 같은 것도 없었고, 초안 자료를 폐기하라는 안내도 없었고, 반드시 접수돼야 한다는 따위의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고발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고, 초안을 베끼다시피 한 고발장은 이후 취지 변경이 필요한 수준이었고, 검찰의 최 대표 기소 이후에도 본인에게 전해진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고발 뒤 최 대표는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 변호사는 최 대표의 항소심 재판부가 고발과 관련한 전후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대해 “필요하면 증인 출석을 해서라도 당시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고발 당시 은밀한 기획 조짐을 못 느꼈다고 해서 의혹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조 변호사가 최초 작성한 고발장, 그가 정 의원 측에서 받았다는 ‘초안’, 김 의원에게서 조씨에게 지난해 4월 전달된 고발장 문건은 객관적으로 유사하다. 국회에서는 ‘세쌍둥이 고발장’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변호사가 정 의원 측에서 받았다는 초안의 문서상 작성 시점은 지난해 4월 22일, 작성자는 ‘assembly(국회)’로 기록돼 있다. 지난해 8월 고발에 이른 문건의 출처가 이번 의혹과 연관된 또 다른 열쇠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고발 사주 의혹의 고발인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공수처에 김 의원과 정 의원을 고발했다.

문건이 어느 순간부터는 출처를 알지 못하는 이들 틈에서 수개월간 돌아다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변호사는 “정 의원이 기억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게 ‘고발이 필요한 것 같다’고 보고했다는 의원실 관계자는 “직원을 통했을지 모르나 직접 받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문이라면 수발대장이 있어서 수령자 등이 기록될 텐데, 이것은 단순한 제보 수준의 기초자료라서 정리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원 임주언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