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성희롱 의혹 A교수 제자들 “투박한 가르침이었을 뿐”

입력 2021-09-13 15:43 수정 2021-09-13 16:08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다고 지목된 홍익대학교 미대 A교수 제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홍익대 미대 교수가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했다는 폭로가 나온 가운데 이 교수의 일부 수강생들이 “왜곡된 짜깁기”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홍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 인원 중 당사자로 지목된 A교수의 강의를 들었던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이들을 ‘정치세력’이라고 비판했다.

홍대 미대 A교수의 제자들이라고 밝힌 학생 17명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에 대한 인격 살인을 즉각 중단하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모두 홍대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 중이거나 석사 졸업을 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알려진 대다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A교수의 잘못이 있다면 숨김없이 모두 밝혀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거짓과 선동에 휩쓸려 명확한 진실 없이 A교수를 떠나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A교수 파면을 주장하는 공공행동 측에 대해서는 “강의실에 한 번 와보지도 않은 학생회 간부들과 외부의 정치세력이 모여 왜곡된 주장만을 근거로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이들은 “A교수의 비판이 때로는 혹독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작업과 작품에 대한 비난이었다”면서 “인생 선배의 투박한 가르침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또한 “‘패주고 싶다’ 등과 같은 발언을 들은 학생 당사자도 웃음을 터뜨리는 등 불쾌한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A교수 강의에는 항상 청강생이 넘쳤고 같은 수업을 두 학기, 세 학기 다시 듣는 학생들도 많았다. 공동행동의 주장대로 폭언과 성희롱이 난무했다면 어떻게 그동안 참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A교수가 명확히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A교수도 자기 뜻을 명명백백하게 직접 표명하시기를 바란다”며 “실제로 A교수가 잘못된 행동이나 발언을 했다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는 것인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공동행동 측은 A교수의 인권유린 등에 문제를 제기하며 학교 측에 A교수의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이들은 A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동행동 측은 “A교수는 수년간 교수의 권력을 남용해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을 손상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을 침해했다”며 단체 차원에서 모은 A교수의 성희롱, 인권유린 사례들을 발표했다.

취합된 사례 중에는 A교수가 ‘N번방 사건’이 화제가 됐을 당시 한 여학생에게 “너는 작가 안 했으면 N번방으로 돈을 많이 벌었겠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사석에서 A교수가 학생들에게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사실은 제일 밝힐 것처럼 생겼다”면서 “너는 언젠가 나랑 XX를 하게 될 것 같지 않느냐”며 성관계를 강요한 사례도 있다고 폭로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