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기(14~26주)에 고농도의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면 신생아의 출생 체중은 물론 그 이후 5세까지 성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임신 중 초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악영향은 여아에서 더 두드러졌는데, 남아보다 임신 초반(8~18주)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임신 중기에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임신부가 출산한 아이의 경우, 특히 여아에서 5세까지의 성장 궤도에 지속적인 저하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결과는 ‘소아 호흡기·알레르기질환 장기추적 코호트(COCOA)’ 정책 용역 연구과제(책임자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에서 5세 아동 440명의 성장 궤도에 따른 임신 중 PM2.5 노출 영향 및 관련 기전 분석으로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서울아산병원 등 5개 종합병원에서 4~14세 소아·청소년 2200여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 임신 14~26주에 고농도의 PM2.5에 노출될 경우 신생아의 출생 체중 저하 위험을 1.28배 높이는 분석됐다.
또 출생 후 5년까지의 성장 궤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에서의 임신 중 PM2.5 노출 농도를 비교한 결과 임신 중기의 PM2.5 노출 농도가 높을수록, 특히 여아에서 출생 및 생후 5세까지의 성장 궤적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혈(탯줄혈액)을 이용한 메틸화(정상 세포의 변화로 발생, 발달에 영향) 분석 결과 PM2.5 노출 농도가 높고 출생 체중이 적은 여아 신생아군에서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ARRDC3)의 메틸화가 증가했으며 특히 체중이 적은 5세 여아에서 이 같은 유전자 메틸화가 늘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임신 중기 PM2.5 노출을 줄여 ARRDC3의 후성 유전적 변화를 예방할 수 있다면 출생 이후 자녀의 성장 저하 위험도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은경 청장은 “임신기간 중 고농도 PM2.5 노출이 아이의 출생 체중과 키 외에도 출생 후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임신부 및 가족들은 임신기간 PM2.5 농도 변화에 관심을 갖고 특히 임신 중기에는 PM2.5 고농도 시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외출 시에는 보건용 마스크 착용, 실내에서는 주기적 환기 및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등 PM2.5 노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보건‧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Environmental Research) 최신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