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배후설에 연루된 박지원 국정원장을 향해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 원장의 정치개입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명확한 해명이 없다면 사퇴 혹은 경질을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야당이 이를 ‘박지원 게이트’로 규정짓고 총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여권은 “책임 떠넘기기”라며 맞서고 있다. 격화되는 여야 간 공방의 당사자인 박 원장이 직접 입을 열지 관심이 집중된다.
野 “박 원장 해명 없으면 구린 구석이 있는 것”
윤 전 총장은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박 원장을 고발하겠다고 13일 밝혔다. 국민의힘은 의혹을 처음 제기한 조성은씨와 박 원장이 평소 가까운 관계였다는 걸 들어 이번 의혹 제보에 박 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박 원장이 침묵을 지킨다면 사퇴나 경질을 요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장은 하루빨리 조씨와 공모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박 원장과 조씨 측이 접촉한 사실을 언급하며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치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박 원장 압박에 가세했다. 최 전 원장 측은 조씨가 박 원장을 거론한 것에 대해 “고발 사주 의혹의 배후에 박 원장이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최 전 원장 캠프 장동혁 언론특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조씨는 전날(12일) SBS 인터뷰에서 ‘9월 2일은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배려했던,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며 “고발 사주 의혹의 배후에 박 원장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박 원장의 즉각적인 해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하태경·김기현·조태용·신원식 의원은 같은 날 공동성명을 내고 “박 원장은 당장 국민들에게 조씨를 왜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소상히 밝혀라”라고 했다.
이들은 “박 원장 스스로 조씨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고 만났다고 시인했다”며 “조씨는 어제 SBS 뉴스에 출연해서 최초 언론 보도 시점이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던 날짜나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이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약진 중인 홍준표 의원은 당 차원의 대응이 불편한 모양새다. 그는 “후보 개인의 문제에 당이 말려들어선 안 된다. 윤 후보가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與 “황당 물타기… 또 다른 정치공작”
여권은 야당의 ‘박지원 게이트’ 공세에 ‘황당한 물타기’라며 맞받고 있다. 박 원장과 조씨의 커넥션을 강조하며 게이트로 규정짓는 야당의 공세를 ‘모략’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정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은 정치검찰의 고발 사주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는 국정원장까지 끌어들여 황당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힘을 실었다. 그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는 이미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라며 “국기문란의 범죄에 대해 해명할 일이 있다면 착실하게 수사부터 받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최재형 두 후보가 ‘야합’해 수사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는 행위야말로 부당한 정치공세이자 또 다른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한편 조씨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모든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문제되는 제보 전 만남에 대해 “대표(박 원장)님한테 시시콜콜 상의드릴 일도 없고 정말 안부 정도만 물었다”고 해명하며 “보도 날짜에 대해서는 어떻게 의견을 제출할 어떤 기회도 배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의혹 자체가 굉장히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번 사건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지 5일 만인 지난 10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가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