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정철승 저격, 대응 안 한 이유는…”

입력 2021-09-13 10:33 수정 2021-09-13 11:13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국민일보DB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3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자신을 비판한 것에 대해 “SNS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저격도 자정 작용이 일어나도록 놔둬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보도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정 변호사를 언급하며 “개인적인 일이고 문제 삼고 싶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정 변호사의 글을) 읽어보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말았다. 딸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편지를 썼다는데 내가 꾸짖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교수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자 정 변호사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래서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 것”이라고 저격했다.

김 교수는 전날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대일 정책을 논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에) 항일 운동 하는 애국자처럼 존경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변호사는 “김 교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60여년간 정권의 반민주, 반인권을 비판한 적이 없었는데 100세를 넘긴 근래부터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하다 하다 일본 우익 언론과 인터뷰하며 문재인정부의 대일외교에 대해 비판 아닌 비난을 쏟아냈다고 한다”고 비난했다. 정 변호사의 발언을 두고 막말 논란이 일었고, 김 교수의 70대 딸 A씨가 정 변호사에게 편지를 써 “인신공격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국가가 퇴행한다…언론통제는 자유통제 신호탄”

김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정 변호사의 막말 파문은 개인적인 일에 불과하다며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공산 치하에 살아보고 군사독재도 겪어본 사람으로서 지금 한국을 보면 전쟁의 폐허에서 60~70년 쌓아 올린 나라가 무너지는 기분”이라며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약속한 나라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에서 다시 권력국가로 돌아갈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문재인정부가 언론중재법,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불필요한 법을 급조해 국민을 더 불행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광복 이후 전두환 정권까지 ‘권력국가’였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 그 시기에 우리는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을 겪었다”며 “김영삼정부부터 현재까지는 ‘법치국가’이며 여기서 멈추면 안 되고 ‘선진국가’로 올라가야 한다. 그런데 퇴행 징후가 보인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됐다. 뭐든지 법과 권력으로 해결하려 든다”며 “언론중재법도 그렇고 국가가 퇴행 중이다. 정부 통제가 심해지면 중국과 비슷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언론중재법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언론통제법이라고 답하겠다. 언론을 통제하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모자를 벗기면 머리가 나타나듯이, 말만 중재지 내용은 통제”라면서 “내가 북한에서 경험해 보니 언론 통제는 자유 통제의 신호탄이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짓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부끄러운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며 “심하게 말하면 ‘문재인 보호법’”이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정부를 정의롭지 못한 정부라고 규정하며 다음 대통령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분열이 심각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민과 신뢰 회복부터 해야 한다”며 “유권자는 정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국민의당 대권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했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해 “만나 보니 법조인으로 있을 사람이지 정치를 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고 그릇이 크더라. 좋은 일꾼만 함께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20년 북한 평안남도 대동군 출생으로 일본 상지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54년부터 85년까지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대한민국 1세대 철학자로 ‘백년을 살아보니’ 등의 책을 펴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