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림자 대통령처럼 활동”…2024 대선 향해 몸풀기

입력 2021-09-13 07:25 수정 2021-09-13 07:33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장내에 소개되자 관중들이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관중석에는 ‘2024 트럼프’라고 적힌 포스터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흔들었다. 관중들 일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욕하는 구호도 외쳤다.

9·11 테러 20주기인 지난 1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권투 경기장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고 대신 권투 경기 해설자로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설 도중 “과거 권투에서 잘못된 심판 판정을 많이 봤다. 선거와 같다”며 “조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부정 주장을 재차 되풀이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언론에 노출되는 대외 활동을 늘리고,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비난 수위도 높이고 있다. 지지자를 겨냥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을 겨냥한 ‘몸풀기’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공개된 ‘풀 메저’ 진행자 샤릴 애트키슨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에 남긴 미군 장비를 ‘리버스 엔지니어링’(장비를 해체해 제조 과정과 성능, 기술 등을 추적하는 작업)하고 있을 수 있다”며 “그들은 이미 아파치 헬리콥터를 보유하고 있고, 정확한 제작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분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치스럽다”며 “(아프간 철군은)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적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아프간 난민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했다. 그는 “(난민들이)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우리 통역사가 아니다”며 “이 사람 중 많은 사람이 테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이미 극우 보수 세력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약점으로 떠오른 아프간 철군을 지속 공격하고, 지지자들과 교감도 유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아프간 전쟁의 비극적 종식을 강력한 정치적 기회로 보고 있다. 그들은 2024년 재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그는 지난 8일 아프간에서 사망한 해병대원의 유족인 다린 후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로하기도 했다. 후버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매우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았다”며 “몇 번이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굉장했다”고 WP에 전했다. 후버 가족은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은 거절했었다.

CNN은 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림자 대통령직(shadow presidency)’의 사례”라고 표현했다.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실제 대통령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5일 조지아주 페리, 다음 달 9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대규모 집회도 연다. 그의 정치자금 모금활동 창구인 ‘세이브 아메리카’ 팩(PAC·정치활동위원회)이 주최하는 행사다. 두 지역 모두 경합주로, 외신들은 내년 중간선거와 2024년 대선을 겨냥한 행보로 보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지난달 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성인 211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과 공화당 성향 무당파 63%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부정 답변은 37%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층에서 긍정 답변은 71%에 달했다. 공화당 성향 무당층에서도 51%의 지지를 얻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 응답은 대학 학위를 소지하지 않은 층에서 69%로 많았다. 대학 학위 소지자는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 리더십을 지지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 때 후보가 되는 게 정권 교체에 유리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엇갈린 답변이 나왔다. 응답자 51%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49%는 다른 후보가 지명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