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이 돌았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9·11테러 20주년을 맞아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항전을 다짐했다. 다만 촬영 날짜가 확인되지 않아 최근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됐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현지시각으로 11일 9·11 테러 20주기를 맞아 아이만 알자와히리 알카에다 수장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알카에다 대원들의 행동 지침을 설파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영상은 60분 분량이다. 영상 속 알자와히리는 흰옷에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알자와히리는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에 의해 제거된 뒤 2011년 알카에다의 수장에 올랐다. 하지만 건강 이상설이 줄곧 제기됐고 한때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다.
그는 이번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이 20년 전쟁 끝에 패배해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며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적을 소진시키는 데는 막대한 자원이 필요하지 않았다. 적을 지치게 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상의 촬영 일시가 확인되지 않아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테러 단체들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해 온 ‘시테(SITE) 인텔리전스 그룹’은 해당 영상이 11일 공개됐지만, 알자와히리는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테 그룹은 그러면서 미국의 철군 약속은 2020년 도하 협정 당시에도 있었다며 이 영상이 최근 것이 아닐 가능성이 제기됐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도 “알자와히리의 죽음에 대한 소문은 몇 년마다 다시 돌고 있다”면서 알자와히리가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알카에다는 1996~2001년 탈레반의 아프간 집권 시절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힘을 키웠다. 탈레반은 9·11테러 당시 알카에다를 비호했다가 미국의 공격으로 붕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년 만에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하며 알카에다도 다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알카에다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나온 영상 메시지라는 점에서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지난 9일 “아프간 철수로 알카에다가 재건을 시도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허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탈레반에 경고했다”고 밝혔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