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살해범 김태현의 ‘14회 반성문’, 재판에 통할까

입력 2021-09-12 15:19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4월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태현(25)의 1심 재판이 13일 열린다. 1심 선고를 앞두고 그는 반성문을 14번 제출했다. 이게 양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 등을 참작해 구형을 한다. 김씨가 감형을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0시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검찰이 지난 4월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김씨를 재판에 넘긴 지 5개월 만이다.

이번 결심 공판에서는 이전 재판에서 진행된 검찰 신문에 이어 반대 신문이 진행된다. 검찰은 김태현의 형량을 구형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에서는 증인 신문과 피고인 신문 등 심리절차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검사가 피고인의 형량을 구형한다.

김씨는 구속기소 이후 이달 7일까지 재판부에 모두 14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피고인이 제출하는 반성문에는 범행 관련 심경 등이 담긴다.

그는 그동안 재판에서 계획범행을 부인해왔다. 지난 6일 열린 4차 공판기일 때 피고인 신문에서 “위협해서 제압해야겠다는 생각뿐, 죽여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고 밝혔었다.

당시 김씨는 “저자세로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음에도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꼭 (연락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술을 마시고 피해자 얼굴을 본 뒤에야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이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후회가 현재 구금 상태에 있는 처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검찰 지적에는 “정말 깊게 반성하는 마음으로 반성문을 작성했다”고 답했다.

김씨 측 변호인의 최후 변론과 피고인 김씨의 최후 진술에도 관심이 향한다. 현재 기소된 5가지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하지만, 우발적 범행임을 일관되게 강조해온 만큼 이번에도 같은 입장을 내비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족들은 “우발적이라는 말로 죄를 포장하려 한다”며 재판부에 법정 최고형을 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 신문에는 유족 2명이 양형 증인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이들은 세 모녀가 여러 어려움에도 성실하게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았다고 전했다.

피해자 중 어머니의 언니로 신문에 참여한 A씨는 “피고인은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죄인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고 성토했다. 재판부에는 김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도 수십 건 제출됐다.

다만 김씨의 반성문이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범행의 잔혹성을 감안하면, 형량 감소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정식으로 접수한 문건을 선고 전 모두 확인하지만 정식 증거물이 아니라면 양형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앞서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한 뒤 여러 차례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도 1심 선고를 앞두고 각각 11건, 3건의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무기징역,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