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민낯 그대로, 당당히”…미인대회 ‘쌩얼’ 나선 英여성

입력 2021-09-12 11:29 수정 2021-09-12 12:43

화장 없이 미인 대회에 나선 영국 여성이 화제다. 학창 시절 친구들의 ‘외모 비하’에 화장에 집착했었다고 고백한 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는 메시지로 감동을 주고 있다.

엘르 셀린(31)은 11일(현지시간)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괴롭힘 때문에 우울했다. 날 괴롭히던 이들이 나를 조롱하면서 나도 거울을 보고 나를 비웃었다”라며 괴로웠던 과거를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영국과 그리스 혈통을 모두 이어받아 외모로 놀림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학창 시절 나는 내 몸매가 우스웠다”라면서 “심한 곱슬머리였는데 (나를 괴롭히던) 이들은 내게 머릿니가 있다고 항상 놀렸다. 수염, 팔에 난 털 때문에 고릴라라는 놀림도 받았다”고 했다.

이런 놀림 탓에 셀린은 일찍부터 화장에 집착하게 됐다. 그는 “13살 때부터 화장을 했고 머리를 폈다. 내 피부색보다 밝은 파운데이션을 사용하며 내게 맞기를 절박하게 바랐다”라면서 “지금 애플리케이션과 필터들의 기능이 내가 학창 시절에 했던 행동과 정확히 같다”라고 꼬집었다.

셀린은 성인이 돼서도 학창 시절의 아픔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그가 변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였다고 한다. 셀린은 “(도시가 봉쇄되고 외출 빈도가 줄자) 이전처럼 화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졌다”면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전했다.

자신을 받아들인 셀린은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그는 올해 ‘미스(Ms) 그레이트 브리튼’ 대회에 화장하지 않고 참가했다. 현지 언론은 “최초의 메이크업 프리(쌩얼) 미인 대회 도전자”라고 지칭했다.

셀린은 오는 16~17일 레스터에서 열리는 최종 결선 때도 화장은 안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셀린은 작년 대회에도 참가했다가 떨어진 뒤 올해 재도전했다.

‘미스(Ms) 그레이트 브리튼’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인대회인 ‘미스(Miss) 그레이트 브리튼’의 한 부문으로 27세부터 38세까지 참가할 수 있다. ‘Ms’는 혼인 여부를 따지지 않고 여성을 지칭하는 명사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