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번 주 노사 첫 실무 만남을 시작으로 임금 협의 절차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데 따라 이뤄지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뤄지는 노사 임금 협상이다.
12일 삼성전자 노조에 따르면 노사 양측 실무진은 오는 13일쯤 만나 2021년도 임금·복리후생 협상을 위한 협의에 나선다.
노조 측은 앞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 등 4개 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꾸려 테이블에 나올 방침이다.
노사는 몇 차례 실무 협의를 거쳐 추석 연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내주 사측과 만나 교섭 개최 시기를 정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 이후인 9월 말이나 10월 초쯤 첫 공식 교섭이 잡힐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창업자 이병철 전 회장의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지난 51년간 별도의 노사 교섭 없이 사내 자율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매해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그러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권고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지난해 5월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고 준법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이번에 첫 노사 교섭을 시도하게 됐다.
삼성전자 노조는 아직 사측에 요구안을 전달하지 않은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등 비정기적 급여보다 정기적으로 받는 고정급여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섭 첫해인 만큼 양측 교섭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올해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 초 기본인상률 4.5%, 성과인상률 3.0% 등 총 7.5%로 2021년도 임금 인상을 합의한 상태다.
앞서 회사와 임금 교섭을 진행한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업 등 진통을 겪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