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10조 달러를 상금으로…수상자 “상 받는다니 불안”

입력 2021-09-12 05:14 수정 2021-09-12 05:14
2021 이그노벨상 트로피. 유튜브 캡처

2021년 이그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턱수염의 충격 완화 기능, 코뿔소를 거꾸로 운반할 때의 이점, 오르가슴이 코 막힘 해소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연구자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로 31회를 맞이한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에서 제정한 상이다.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재밌고 기발한 연구를 대상으로 상을 수여해 ‘괴짜 노벨상’으로 불린다.

올해는 생물학, 화학, 의학, 평화, 운송 등 10개 분야에서 수상자를 뽑았다.

온라인으로 이그노벨 시상식을 진행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평화상을 수상한 유타대 생물학 교수 데이비드 캐리어는 “내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 불안했다”며 “‘내가 이 상을 받고 싶나?’ 생각했지만 곧 그렇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캐리어는 남성이 주먹 싸움에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수염을 진화시켰다는 가설을 실험했다. 그는 사람 뼈와 피부를 본뜬 모형에 털을 덮은 후 무거운 물체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고 털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충격이 완화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독일 하일브론의 연구진은 성적 오르가슴이 코 막힘 해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의학상을 받았다. 그들은 성관계가 적어도 1시간 동안은 시중에 판매되는 코 막힘 완화제만큼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코넬대 연구진은 야생동물을 구하기 위해 헬기에 거꾸로 매달아 이송할 경우 동물의 심장과 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실제 코뿔소 12마리를 크레인에 거꾸로 매달아 실험을 했고 이 자세가 코뿔소의 심장과 폐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헬기로 이송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이끌어낸 이들에게 운송상이 돌아갔다.

이외에도 잠수함의 바퀴벌레를 효율적으로 퇴치하는 법을 연구한 미 해군, 도로에 들러붙은 껌의 박테리아를 식별한 스페인 연구진, 고양이와 인간의 의사소통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한 수잔 쇼츠 박사, 영화 장르마다 관객이 어떤 냄새를 내뿜는지 관찰한 대기 화학자들이 각각 곤충학상, 생태학상, 생물학상, 화학상을 받았다.

또 정치인들의 비만 정도가 그 나라의 부패를 나타냄을 발견한 파블로 블라바츠키에게 경제학상이 주어졌다. 이 밖에도 보행자와 다른 보행자가 계속 충돌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려 실험한 연구진은 물리학상을, 보행자가 다른 보행자와 때때로 충돌하는 이유를 알아내려 실험한 연구진은 운동역학상을 받았다.

수상자들은 PDF 인쇄물로 만들어져 직접 조립해야 하는 트로피와 가짜 10조 달러 상당의 짐바브웨 지폐를 상금으로 받는다.

행사 주최자인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만약 당신이 오늘 밤 이그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면, 그리고 당신이 상을 받았다면 더더욱 내년에 행운을 빈다”며 농담을 던졌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