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3600t급 잠수함 건조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을 최대 10개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9일 대우조선해양과 9857억원 규모의 장보고-Ⅲ 배치(Batch)-Ⅱ 2번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장보고-Ⅲ’ 사업은 차세대 한국형 잠수함 개발 사업이다. ‘배치’라는 글자 뒤 로마 숫자가 커질수록 함정 성능이 개선된다. 배치-Ⅱ 사업의 3600t급 잠수함은 디젤 추진 잠수함이다. 길이 89m, 폭 9.6m으로 최근 해군에 인도된 배치-Ⅰ의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3000t급)보다 중량과 길이가 모두 증가했다. 2026년까지 건조를 마친 뒤 2028년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이 잠수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을 최대 10개 갖추도록 설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잠수함보다 길이가 약 5.5m 짧은 도산안창호함은 SLBM 수직발사관을 6개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도산안창호함보다 발사관 수가 최대 4개 늘어나는 것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도산안창호함에서 SLBM 발사하는 비공개 수중 사출 시험이 앞서 지난 1일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사거리 500㎞ 탄도미사일인 ‘현무 2B’를 기반으로 개발돼 ‘현무 4-4’라고 명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시험발사 마무리 단계를 한 차례 거친 뒤 SLBM을 양산해 실전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산안창호함과 지난해 진수한 안무함에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군은 SLBM 발사관 장착과 시험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잠수함은 또 탐지·표적처리 성능이 개선된 전투체계와 소나(음파탐지기) 체계를 포함해 기뢰, 어뢰, 유도탄 등도 탑재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리튬전지도 탑재한다. 리튬전지는 기존에 사용하는 납축전지와 비교해 배터리 수명이 길어 더 오래 잠항하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대형 잠수함에 리튬전지가 사용되는 건 세계에서 두 번째라는 게 방사청 설명이다.
전용규 방사청 한국형잠수함사업단장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3000t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의 성공적인 개발과 더불어 성능이 향상된 배치-Ⅱ 사업의 순조로운 추진은 우리의 뛰어난 잠수함 건조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 최정상급의 성능을 바탕으로 향후 전방위적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자산으로 활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