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제주지역 자살상담 건수가 2배 이상 급증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자살상담 건수는 2019년 682건에서 2020년 1574건, 올 들어 8월까지 1573건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 가까이 이어지는 동안 죽음의 문턱에서 상담을 요청해 온 도민들이 2~3배나 많아진 것이다.
실제 자살행위로 이어지거나 자살 상황을 암시해 경찰과 구급대원 등 구조대가 현장에 투입된 응급위기 개입 건수도 2019년 132건에서 지난해 24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서는 287건으로 8월 현재 지난해 전체 건수를 훌쩍 넘어섰다.
도내 자살상담 건수는 2016년 이후 매해 300~600건 내외를 기록해오다 지난해부터 1500건을 상회하며 급증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응급개입 건수도 100건 안팎에서 250건 내외로 크게 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삶의 희망을 잃는 도민들이 급증하면서 감염병 대유행이 개인에 주는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의 경우 외부 충격에 취약한 지역경제 구조 탓에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소득이 줄거나 직장을 잃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이들의 비중이 높다. 방역 지침에 따른 사회적 연결 고리 약화는 가족 관계가 탄탄하지 않은 이들을 더욱 고립시켜 막다른 선택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
앞서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세월호, 사드, 코로나19 위기와 제주관광산업 간 상관 관계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충격이 관광산업 등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면서 사드와 세월호때보다 경제 총산출과 부가가치, 고용 감소 효과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원격 수업 장기화, 취업난 심화, 공공시설 폐쇄 등 방역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들이 일상 생활의 변화를 야기해 우울위험군이 약 5배 늘어났다는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제주는 팬데믹 이전부터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자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집중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여러 전문가들은 “최근 제주지역에서 자살 상담이 확연히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19가 주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감염병 사태 장기화라는 사회적 현상이 모든 도민들에게 일정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지방)정부는 도민이 처한 상황을 여러 그룹으로 나눠 경제와 복지, 방역(보건) 분야에서 세심한 정책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9년 도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8.1명으로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21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제주지역은 2018년에도 27.3명을 나타내며 전국 두 번째 자살률을 기록했다.
한편 제주도는 2014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를 개소해 2015년 2월부터 24시간 정신건강 상담을 시행해 오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팀에서 부설 자살예방센터로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인력을 7명에서 16명으로 늘려 자살 예방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정립해나가고 있다.
제주도 자살예방센터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10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