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구하려다 목숨 잃은 러 장관 “1초 망설임 없이”

입력 2021-09-09 18:21
인명 구조 중 숨진 예브게니 지니체프 장관이 작년 4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 현직 장관이 사고를 당한 영화감독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예브게니 지니체프(55) 비상사태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시베리아 북부 도시 노릴스크에서 물에 빠진 한 감독을 구하려다 사망했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지니체프 장관은 북극 지역 비상사태 예방을 위한 정부 부처 공조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노릴리스크를 찾았었다.

당시 훈련 영상을 찍기 위해 촬영 장소를 찾던 감독이 젖은 바위에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졌고 지니체프 장관은 그를 구조하기 위해 곧바로 물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장관은 튀어나온 바위에 충돌했고 두 사람 모두 병원으로 이송되다 사망했다.

러시아에서 장관이 재임 중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니체프 장관의 사망 소식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조의를 표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예브게니 지니체프 장관의 비극적 죽음에 매우 상심해있다”면서 “두 사람은 수년간 함께 일해왔다. 매우 큰 손실”이라고 밝혔다.

BBC는 지니체프 장관이 2018년부터 비상사태부 장관을 지냈으며 푸틴 대통령 보안 부서의 핵심 멤버였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2016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서 부국장으로 일했다.

안드레이 구로비치 비상사태부 차관은 지니체프 장관에 대해 “그는 장관으로서가 아닌 구조자로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며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고 전했다.

사망한 영화감독은 2015년 북극 모험 영화 ‘테리토리’를 찍은 알렉산더 멜닉으로 밝혀졌다. 그는 러시아의 북극항로 개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미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