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조직화하는 자영업자 SOS시위…“불법집회 단속만 능사 아니다”

입력 2021-09-09 17:25
부산 지역 자영업자들이 지난 8일 부산진구 시민공원에서 1인 차량 시위를 하자 경찰이 불법 집회로 판단하고 차량 단속 나섰다. 연합뉴스

정부의 방역 대책에 항의하는 자영업자들의 이른바 ‘차량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자 집단 행동에 나서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차량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마냥 단속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 밤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일제히 거리로 나왔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정부의 방역지침에 반발해 전국 9개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인 차량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주최 측 추산에 따르면 서울·경기에서만 자영업자들이 차량 4000여대를 이끌고 시위에 참여했다. 인천 충북 대전 경남 부산 전북 광주 강원도 등 8개 시·도로 확대하면 차량 5000여대가 참여했다는 게 비대위 측 설명이다.

비대위는 9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1년 6개월간 집합금지, 집합제한 등 자영업자만 때려잡는 방역정책을 일관했다”며 “뭉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우리를 가벼이 여기는 그대들(정부)에게 생존을 위해서는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조치에 항의해 서울에서 700여대 차량이 시위에 나온 것을 시작으로 차량 시위는 규모는 점점 커졌다. 지난달 25~26일에는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각각 650여대, 30여대 차량이 시위에 나섰다. 약 2주 만에 차량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비대위는 “올바른 위드코로나 정책 수립 전까지 현재 자영업종에게만 규제 일변도인 모든 행정규제를 당장 철폐하고, 시설중심이 아닌 개인방역 중심의 위드코로나 정책 수립에 자영업종의 의견이 반영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약 66조가 넘는 빚을 떠안았다. 또 45만3000개 매장이 폐업했다.

비대위 소속 조지현 전국공간대여업협회장은 “전국의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연합으로 모여본 건 처음”이라며 “초창기에는 업종별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상황이 극에 달하면서 죽고 살고의 문제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 연합된 행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시위 계획에 대해선 “자영업자분들은 시위가 목적이 아니라 장사를 하셔야 하는 분들”이라며 “정부가 장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얼마나 마련해주냐에 따라서 보이콧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를 방역 지침을 어긴 불법 집회로 판단하고 단속에 나서면서 양측 간 충돌도 벌어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앞서 지난 7월 시위를 주도한 김기홍 비대위 대표를 감영병예방법과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차량 시위를 마냥 ‘불법집회’로 규정해 단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법 전문가인 법무법인 태원의 김남석 변호사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의사표명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한다고 하면 선뜻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하면 모이는 걸 막는 게 맞지만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문제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