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두카누, 예선 통과자 최초 US오픈 4강…4강에 10대만 2명

입력 2021-09-09 16:26 수정 2021-09-09 16:30
라두카누. AFP연합뉴스

2002년생 에마 라두카누(150위·영국)가 예선을 거쳐 본선 무대를 밟은 선수 중 최초로 US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5750만 달러·약 674억원) 여자 단식 준결승에 올랐다. 전날 동갑내기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까지 준결승 한 자리를 궤차면서 이번 대회에선 ‘10대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라두카누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8강전에서 2020 도쿄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벨린다 벤치치(12위·스위스)를 2대 0(6-3 6-4)으로 완파했다.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치른 8경기 동안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는 ‘돌풍’이 이날 벤치치란 강자를 만나서도 이어진 것.

예선 참가 선수가 US오픈 여자 단식 준결승에 진출한 건 프로 선수들에 메이저대회 문호가 열린 1968년 이후 최초다. 메이저대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1978년 호주오픈의 크리스틴 매티슨(호주), 1999년 윔블던의 알렉산드라 스티븐슨(미국), 지난해 프랑스오픈의 나디아 포도로스카(아르헨티나)에 이어 라두카누가 네 번째다. 만약 결승까지 밟을 경우 라두카누는 남녀 통틀어 최초로 예선 통과선수로서 메이저대회 단식 결승에 진출하는 선수가 된다.

라두카누는 이번 시즌 전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다. 그런데 세계 랭킹 300위 대에서 참가한 올해 7월 윔블던에서 단식 16강 무대를 밟더니, 단 두 달 뒤 토너먼트 더 높은 곳까지 밟게 되며 세계 테니스계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됐다.

라두카누는 “여기까지 올 거라 정말 생각하지 못했다. 예선이 끝날 때 맞춰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뒀는데,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라) 정말 좋다”고 짜릿한 소감을 밝혔다.

위기에서의 침착함이 라두카누의 강점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라두카누는 마지막 두 번의 서브게임 0-30 스코어를 기어코 뒤집어 냈다. 그는 이에 대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코트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갖도록 독려해주셨다. 그 덕에 현재까지 코트에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페르난데스. USA투데이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선 유독 10대 선수들의 선전이 돋보이고 있다. 전날 만 19세 페르난데스에 이어 만 18세 10개월의 라두카누까지 10대 선수들이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준결승 두 자리를 꿰차면서다. 두 선수는 12세 이하 대회에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벌써부터 결승에서 맞붙을지 모르는 두 선수에 대한 비교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라두카누는 “다른 사람과 여러분 자신이 낸 결과를 비교하는 건 행복을 도둑맞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한다”며 “지금 난 여기 있고, 자신을 믿는다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라두카누는 준결승에서 마리아 사카리(18위·그리스)를, 페르난데스는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를 이겨야 결승에서 맞대결할 수 있다. 네 선수 모두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없어 누가 우승하더라도 여자 테니스계의 ‘신데렐라’로 조명 받게 될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