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초등학생인 아들을 살해하려고 한 20대 어머니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나무라며 지금껏 살아온 이력을 담은 편지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제주지검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9일 살인미수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8)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제주시 내 자택에서 초등학교 1학년생인 아들 B군(7)의 목을 조르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등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범행 당시 B군에게 “같이 천국 가자”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A씨의 범행은 B군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B군은 A씨의 위협적인 행동이 여러 차례 반복되자 외할머니에게 “할머니 집에 데려가 달라”며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외할머니는 B군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는 동시에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현재 B군은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상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 이혼 후 생활고와 우울증을 겪자 범행을 저질렀으며 B군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는 전 남편으로부터 매달 50만원의 양육비를 받고 있었다. 또 B군의 끼니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날 재판부가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하며 눈물을 흘렸다.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 심신장애로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정신감정을 받아 심신장애가 범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친할머니도 “애 엄마니까 형사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아이의 인생을) 왜 피고인 스스로 판단하느냐. (모두에게) 힘든 시절은 있는 것이다. 애를 마음대로 하려 하지 말라”고 따뜻한 어조로 나무랐다. 또 피고인에게 그간 살아온 일들을 써서 재판부에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현재 상황과 향후 양육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A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0월 15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