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에 불참한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2022년까지 정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는 국가 차원의 ‘올림픽 노쇼’를 막겠다는 강경책이다. 북한은 IOC의 결정에 따라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과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선수를 파견할 수 없고, 올림픽 출전 배당금이 동결된다. 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려던 우리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 불참 선언’ 괘씸죄 걸린 북한
IOC는 9일(한국시간)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북한올림픽위원회의 회원국 단체 자격을 2022년까지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집행위는 IOC 내 최상위 의결기구다. 지난해 3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올림픽 1년 연기 합의를 최종적으로 승인한 기구도 집행위였다.
바흐 위원장은 집행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회원국 중 유일하게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다. 올림픽 헌장에 명시된 참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헌장은 4장 27조에 ‘각국 올림픽위원회는 선수를 올림픽으로 파견하고 참가할 의무를 가졌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 체육성은 지난 4월 6일 ‘조선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북한)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의한 세계적 보건 위기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IOC에 불참을 통보하거나 이미 확보한 출전권을 다른 국가로 분배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육상 양궁 사격 체조 복싱 레슬링 탁구에서 본선 출전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IOC는 이후 백신 제공을 제안하며 출전을 설득했지만, 북한의 응답을 받지 못했다. 결국 개막을 한 달 앞둔 지난 6월 북한의 출전권을 다른 국가 선수들에게 재분배했다.
북한의 올림픽 불참은 1988 서울올림픽 이후 33년 만의 일이다. 서울올림픽 불참의 경우 정치적 목적이 분명했지만, 북한은 차기 대회인 1992년 알베르빌동계올림픽과 바르셀로나하계올림픽에 정상적으로 출전했다.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1년 이상 정지한 IOC의 이날 결정을 놓고 ‘괘씸죄에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체육계 관계자는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도쿄올림픽에 불참했지만, IOC에 통보하고 다른 회원국들에 양해를 구하는 정식 절차를 밟지 않았다. 출전권 재분배와 개최국 준비에 혼란을 초래했을 것”이라며 “단순한 불참보다 폐쇄적인 태도가 IOC 집행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IOC 회원국 자격 정지 따른 영향은?
북한은 내년 12월 31일까지 IOC와 산하 단체 주관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물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주관의 아시안게임 참가도 불가능하다. 다만 러시아나 난민처럼 북한 선수는 국적 없는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 2015년 국가 차원의 ‘도핑 스캔들’로 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서 퇴출돼 선수를 개인 신분으로 파견하고 있다.
북한은 2010년대 들어 동계올림픽 선수단 규모를 10명 이하로 줄여왔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 2명, 2018년 강원도 평창에 1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에서는 단 한 명도 출전하지 못했다. 하계올림픽만큼 확실한 메달권 주자를 육성하지 못한 탓이다.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불허로 입을 손실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출전 배당금 동결은 북한 체육계에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AP통신은 “바흐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으로 아직 지급되지 않은 올림픽 출전 배당금이 몰수(forfeit)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 액수를 ‘수백만 달러’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배당금은 징계 기간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 감경에 따라 집행될 가능성이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 출전 배당금의 경우 IOC 회원국 자격을 복권하면 지급을 요구할 수 있다. 몰수보다는 징계 기간 이후에 재논의될 동결 정도의 조치일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고위급 인사를 올림픽 개최지로 파견할 형식적 명분을 잃은 점도 북한의 입장에선 작지 않은 손실이다. 북한과 중국은 국경을 맞댄 우방이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인사와 접촉해 남북 대화를 이어가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에도 작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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