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핸드폰은 끝내 열지 못했다… 경찰, ‘가짜 수산업자’ 사건 마무리

입력 2021-09-09 12:00
연합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를 둘러싼 금품 수수 사태를 수사하던 경찰이 5개월간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김씨를 포함해 정관계 유력인사 7명을 검찰에 송치키로 했다. 경찰은 금품을 받은 현직 검사의 이전 휴대전화 기록은 확보하지 못했고, 포항 남부경찰서장은 수수 가액이 적다는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김씨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6명과 금품 공여자인 김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송치는 이르면 이날 오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16억원대 선동오징어(배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 사기 혐의로 김씨를 구속해 수사하던 지난 4월 초 김씨로부터 “현직 검사, 경찰, 언론인에게 금품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김씨는 금품 제공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압수물 등 분석을 토대로 피의자와 금품 수수 내역 등을 특정한 뒤 소환 조사를 진행했지만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일부 확인하는 선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현직 검사인 이모 전 서울 남부지검 부장검사(이후 부부장 검사로 강등)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의지를 드러냈지만 끝내 휴대전화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 이 검사가 경찰 수사 직전인 지난 4월 휴대전화를 교체했으나 이를 찾지 못했고, 새로운 휴대전화도 초기화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행위라 별도 혐의로 기소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제공했다고 진술한 고가의 시계 전달 경위도 확인하지 못했다.

포항남부경찰서장을 맡았던 배모 총경은 청탁금지법 송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수수받은 금품의 가액이 청탁금지법 한도를 넘지 않았고 사건에 개입한 대가성 부분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경찰은 배 총경을 과태료 처분 대상으로 결론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박지원 국정원장 등 언급됐던 주요 정치인들도 경찰 조사 결과 청탁금지법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에 송치된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포르쉐 차량을 무상 제공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모 변호사를 통해 250만원을 돌려주긴 했지만 반환 시점은 지난 3월로 빌린 시점과 차이가 있다. 이 검사는 고가의 시계, 자녀 학원비, 현금 등 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수백만원 상당의 골프채 풀세트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그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일방적 여론재판’을 주장했다. 김씨에게 중고 골프채를 빌린 적은 있지만 풀세트를 선물로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찰은 골프 자리에 동석한 사람의 진술, 김씨의 포렌식 자료 등을 토대로 골프채 풀세트 전달 경위 등을 확보했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와 엄성섭 TV조선 전 앵커는 고가 수입차를 무상 렌트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다. 한 종합편성채널 기자는 건국대 대학원 등록금 일부를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경찰은 엄 전 앵커 성접대 의혹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가 풀빌라 접대를 1회 받긴 했으나 성매매 행위 증거가 없어 청탁금지법 혐의 내용에 포함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가까이 벤츠 차량을 무상 제공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김무성 전 국회의원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전 의원도 추가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