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 쫓는 DP병, 역사 속으로…내년 7월부터 폐지

입력 2021-09-09 11:25 수정 2021-09-09 13:48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군무 이탈자를 쫓는 ‘탈영병 체포조(Deserter Pursuit·DP)’ 병사 보직이 내년부터 사라진다. 지난달 31일 군사법원법 개정안 통과로 앞으로 군 수사 관련 보조 업무는 부사관이나 군무원이 맡게 돼서다. 과거와 달리 탈영병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데다 군 인력 감축에 따른 전투병력 위주의 인력 운영체계 도입도 DP병 폐지에 한몫했다.

군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년 7월 1일부터 국방부 조사본부가 마련한 제도 개선안에 따라 DP 병사 보직이 폐지돼 모든 병사는 군 수사 관련 업무에서 배제된다”고 밝혔다. 현재 100여명의 DP병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육군은 8월 1일부터 DP 병사보직을 폐지한다.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에는 군사경찰과 소속 부사관이나 범죄수사업무 관장 부대 소속 군무원 중 임명된 사람이 군 수사 관련 업무를 맡도록 명시됐다. 군검사나 군사법경찰관(간부)의 명령을 받아 수사를 보조하는 ‘군사법경찰리’ 보직에 병사가 제외된 것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DP병 폐지는 2018년부터 군 내부에서 논의됐던 사안이다. 병사의 휴대전화 사용, 고충 토로 창구의 증가 등으로 탈영병 건수가 현저히 감소해 DP병 수요가 줄었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에 따르면 2016년 219건으로 파악됐던 군무이탈 입건 수는 지난해 91건으로 감소했다.

저출산에 따른 병력자원 감소도 DP병 폐지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현재 군은 병사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병 등 비전투 병력을 줄이고 전투병 위주의 편성을 늘리는 추세다.

군 관계자는 “병사 인력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투병 위주의 배치는 늘리고 행정병력은 최소한으로 줄여나가고 있다”며 “DP병 폐지로 일정 병력은 전투보직으로 전환해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DP병 폐지는 군 수사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군무이탈 체포병 제도 폐지는 2018년 군사법원법 정부안 작성 시 결정된 사안”이라며 “군사경찰병들을 군사법경찰의 임명 범위에서 제외하고 전담 수사인력을 확충해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탈영병 체포조인 DP는 최근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D.P.’의 소재로 활용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DP병 폐지 결정은 드라마 방영과는 무관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