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게 ‘대선후보 공약 발굴’을 지시해 논란이 됐던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9일 관계차관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질책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경고한 지 하루 만이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차관회의를 소집해 박 차관의 사례를 언급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국민들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처신과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달라”고 지시했다고 국무조정실이 밝혔다.
구 실장은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각 부처에서는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선거 분위기에 편승한 공무원의 선거 중립 위반, 공직기강 해이 행위에 대해 감찰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회의가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된 정치권 줄대기 의혹과 관련해 공직사회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고 공직자들의 경각심을 제고하는 목적으로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박 차관도 참석했다. 대통령의 경고가 있은 지 하루 만에 차관회의를 소집해 특정인을 공개 질책하고, 이를 곧장 언론에도 알린 것은 이례적이다.
대선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공직자의 언행이나 행위가 자칫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만큼 공직사회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출신인 박 차관은 산업부 일부 직원에게 대선 공약 아젠다를 발굴하고 대선후보 확정 전에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이에 문 대통령은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하고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