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비상사태부 장관, 추락자 구하려 절벽서 뛰어 사망”

입력 2021-09-09 08:09 수정 2021-09-09 10:02

러시아 재난 당국 비상사태부 장관이 사고를 당한 촬영감독을 구하려다 두 사람이 함께 목숨을 잃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예브게니 지니체프(55) 비상사태부 장관이 이날 북극에 가까운 시베리아 북부 도시 노릴스크에서 인명 구조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사망했다.

이날 노릴스크에서 북극 지역에서의 비상사태 예방을 위한 정부 부처 간 공조 훈련에 참여한 지니체프는 절벽 위 고지대에 올라가 훈련 상황을 살피다 옆에서 촬영 중이던 카메라맨이 발이 미끄러지면서 절벽 아래 물에 빠지자, 그를 구하려 물로 뛰어 내리다가 튀어나온 암벽에 충돌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사고를 당한 카메라맨은 러시아의 유명 영화감독 알렉산드르 멜닉(63)으로 북극 지역 개발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을 위해 현지에 왔었다가 변을 당했다. 두 사람은 사고 후 헬기로 노릴스크 현지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이송 도중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사태부는 “다른 사람들이 망연자실한 사이 지니체프가 장관이 아니라 구조대원으로서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영웅적으로 행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칼리닌그라드주 지부장과 FSB 부국장을 지낸 지니체프는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의해 비상사태부 장관에 임명됐다.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궁 사이트에 올린 애도문을 통해 “지니체프는 동료일 뿐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친구였다”면서 “그의 사망은 보상받을 수 없는 개인적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