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거래’ 무슬림 여성 판매 광고…처벌은 아직도

입력 2021-09-08 23:28
CNN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월 여성을 판매한다는 광고가 올라와 국제적 논란이 된 인도의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 등에 대해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무런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지난 6일(현지시간) 당시 사건의 피해자이자 ‘침묵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 하나 칸(32)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하나 칸은 “가짜 온라인 경매에서 ‘판매한다’ 광고된 무슬림 여성들은 악플러들의 승리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항공기 조종사이자 페미니스트인 칸은 언론인과 작가 등 영향력 있는 무슬림 여성 80명 이상과 함께 ‘설리 딜스(Sulli Deals)’라는 문제의 앱에 ‘오늘의 거래’라는 이름으로 지난 7월 초 게시됐다. 칸은 친구의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오늘의 거래에 올려졌다는 걸 알게 됐다.

‘설리’는 일부 극우 힌두교 남성들이 통상들이 사용하는 이슬람 여성들을 비하하는 용어다. ‘설리 딜스’는 사용자들이 경매를 통해 여성들을 상품처럼 ‘구매’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놓은 앱이었는데, 실제 경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단지 무슬림 여성들을 모욕하기 위해 만들어진 앱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 칸 트위터 캡처


CNN에 따르면 문제의 앱은 미국 오픈 소스 앱 기반 플랫폼인 기트허브에 신고가 접수돼 삭제됐다. 그러나 앱을 만든 관계자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매체는 “델리 경찰의 고위 관리는 인도의 사이버 범죄 관련 부서에서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확인했다”면서도 “‘봉인된 문제’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공유할 수 없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정의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상황에 화가 난다”면서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은 “나는 종교 때문에 목표물이 됐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목소리가 큰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위협적으로 여겨진다”라고 설명했다. 트위터에서 1만5000명 가량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하게 밝힌 칸도 일부 남성들이 말하는 ‘목소리가 큰 위협적인 여성’인 것이다.

이에 칸은 “나는 남성들로부터 정기적인 악플 세례를 받는다”며 “내 사진이 문제의 앱인 ‘설리 딜스’에 올라간 후부터는 혐오성 댓글의 수가 확연히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AP뉴시스

칸은 “다른 페미니스트 활동가들도 소셜 미디어 뒤에 숨어서 공격하는 남성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그리고 인도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인도의 사이버 학대 사안은 특히 여성들에게 있어서 주요한 문제다.

실제 국제앰네스티(모든 사람의 인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인권단체)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여성 정치인은 미국과 여성의 정치인에 비해 온라인에서 거의 두 배 이상의 학대를 받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인도는 사이버 범죄에 대한 통일된 법도 없을뿐더러 인도 경찰에 등록된 사례도 적다.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인도에서 2017년에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괴롭힘 사건은 불과 7건밖에 확인되지 않는다. 이는 2019년이 돼서야 45건으로 증가했다. 활동가들은 인도의 형벌 제도가 혼란스럽고,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는 대부분 피해자가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