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물면허’ 망신살…중국서 ‘면허 패키지’ 관광까지

입력 2021-09-08 23:10 수정 2021-09-08 23:29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나치게 간소화된 한국의 운전면허제도를 놓고 ‘물면허’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해외에서 한국으로 운전면허를 따러 오는 원정 관광까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8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에 출연해 “(운전면허제도는) 탑승자의 목숨까지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선진국은 강화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몇 분의 일 정도밖에 안 되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 와서 면허를 따가는 경우도 연간 5000명이 넘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운전면허 취득에 필요한 교육 시간은 13시간에 불과하다. 교육 소요시간만 놓고 볼 때 이틀이면 충분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2박 3일이면 면허 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김 교수는 “이렇게 쉬워진 운전면허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일종의 살인 면허증과 다름이 없다”며 “자격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과거 운전면허제도는 교육 50시간이 넘었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간소화를 발표하며 11시간으로 줄었다. 이후 다시 기능시험을 강화하고 필기시험을 늘리는 등 변화와 함께 교육시간은 13시간으로 정착됐다.

반면 상당수 선진국의 교육 시간은 한국에 비해 긴 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호주는 면허를 따기까지 2년, 독일은 3년 가까이 소요된다. 그는 “북유럽 같은 데는 얼음판 빙판길 운전 연습이라든지 별의별 위기 연습을 다 하고 면허증을 줄 정도로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OECD 회원국의 의무교육 평균 시간은 50시간에 달한다.

중국과 일본도 운전면허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두 국가 모두 60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중국은 면허를 따는데 5~6개월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비교적 취득이 쉽고 비용도 덜 드는 한국의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해외에서 ‘원정’을 오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간 5000명 이상 (중국인들이) (면허를) 따갔다”며 “단기 관광비자 일주일짜리로 와서 한 300만원을 주면 일주일의 3~4일은 면허를 따게 해주고, 그리고 3~4일은 관광을 시켜주는 복합형 관광상품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드 때도 관광객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와서 운전면허를 따가는 5000명은 줄지 않을 정도여서 중국 정부에서도 우리나라에 공문을 보냈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특히 ‘운전면허제도의 강화와 교통사고 발생 사이의 관계가 있냐’는 질문에는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응급조치나 여러 가지 부분을 보면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사망자가 나온 경우도 많다”라며 “운전을 정상적으로 배우지 않다 보니까 비상조치 방법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운전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엔진 보닛도 못 열 정도로 아무 조치를 못 할 정도인데 그런 것들이 각종 사고에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일반 보복, 난폭운전 이런 것도 제대로 된 배려, 양보 운전을 안 배워서 그런 것도 있다”면서 “그런 교육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 반 만에 면허를 딴다는 것은 용납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