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터넷매체 말고 메이저 통해서 해라” 논란

입력 2021-09-09 00:20 수정 2021-09-09 00:20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공작을 하려면 인터넷매체 말고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해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다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상주하는 국회 소통관 앞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을 두고 편향된 언론관을 드러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최근 정치권 최대 화두인 ‘고발 사주’ 의혹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인터넷매체나 재소자, 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매체가 한번 보도하면 정당의 전·현직 대표와 의원, 위원장 이런 사람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떠든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이 ‘인터넷매체’로 거론한 언론은 ‘뉴스버스’라는 신생 매체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였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윤 전 총장 측근으로부터 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장을 받아 정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현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의 발언을 들은 한 취재진은 “메이저 언론이 아니면 보도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작은 언론, 메이저 언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뉴스타파나 뉴스버스가 하고 나서 (다른 언론사가) 달라붙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뉴스를 그런데(메이저 언론)에 줘서 독자가 많은 데서 시작하면 좋지 않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KBS, MBC에서 바로 시작하든지”라고 특정 언론사를 거론했다.

여권은 때를 놓치지 않고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언론 보도의 사실관계보다 언론 매체의 크기가 신뢰의 기준이 된다는 윤 전 총장의 천박한 언론관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수많은 언론인들을 모욕하는 태도”라고 혹평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캠프 이경 대변인은 “보도한 언론사가 메이저 언론이 아니라고 폄훼했다”며 “메시지로 반박을 못 하니 메신저를 공격하자는 뻔한 수작”이라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독재자 전두환이 말하던 ‘건전언론 육성’을 통한 ‘언론사 통폐합’의 악취가 윤석열 후보에게서도 진동한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가 생각하는 메이저 언론은 어디까지이고, 인터넷매체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정치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솔직히 말하라”고 요구했다.

야권 대선후보 경쟁자인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허접한 인터넷 언론이 정치공작 한다고 언론과 국민 앞에 호통치는 건 든든한 검찰조직 믿고 큰소리치던 검찰총장 때 버릇 그대로”라고 직격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