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부조리와 가혹행위 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넷플릭스 드라마 ‘D.P.’가 한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D.P 신드롬’이라 부를 만한 현상인데, 이를 지켜보는 군 관계자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군 관계자들은 연일 “드라마의 배경이 된 2014년과 달리 지금 병영 환경은 선진적으로 개선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폭행 등 병영 내 가혹 행위가 구조적으로 은폐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군대 내 가장 큰 병폐들만 부각되면서 자칫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드라마는) 극화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지금의 병영 현실하고 좀 다른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D.P.’에 대해 “장병 인권이나 병영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보면서 부끄럽고 참담했다”고 꼬집은 것에 대한 답변이다. 서 장관은 다만 “드라마 속 비친 모습들이 지휘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군의 부조리를 근절하고 병영문화를 변화하는 기회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드라마 ‘D.P’가 하이퍼 리얼리즘(극단적 사실주의)을 표방한 만큼, 과장됐다는 지적을 계속 내놓고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관 출신의 전인범 예비역 중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15년 전 (군기가) 가장 문란한 부대들에서나 일어날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모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성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군도 사회의 일부이고, 워낙 큰 조직이다 보니 부조리가 간간이 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문제가 군 전체의 문제인 것처럼 확대해석되고 있다. 사기를 먹고 사는 군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군 3성 장군 출신으로 예비역 중장으로 예편했다.
앞서 한 일간지 보도에서 인용한 군 관계자의 말은 누리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2014년 일선 부대의 부조리라고 보기에는 좀 심하다. 전반적인 느낌으로는 2000년대 중반 정도 일을 극화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병영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부대변인은 “지금까지 국방부와 각 군에서는 폭행, 가혹 행위 등 병영 부조리를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병영혁신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환경”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