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마약 용의자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고문하다 숨지게 한 혐의를 조사를 받는 한 경찰서장이 수백억대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티띠산 우타나폰 전 서장은 지난달 초 북부 나콘사완 경찰서에서 마약 용의자 치라퐁 타나피팟(24)을 고문하다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장면이 담긴 경찰서 내 CCTV 영상이 한 경찰관의 공익 제보로 공개됐다. 티띠산 전 서장은 당시 용의자에게 뇌물 액수가 적다며 200만 바트(약 7000만원)를 내놓으라고 고문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더했다.
그런데 티띠산 전 서장이 최소 6억 바트(한화 214억원 상당)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티띠산 전 서장의 월급은 4만 바트(약 143만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방콕에 6000만 마트(약 21억원) 상당의 고급 주택은 물론 람보르기니와 페라리 등 고급 외제차를 13대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차들의 가격만 해도 1억 바트(약 36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태국 경찰은 티띠산 전 서장의 재산이 용의자 체포 보상금과 고급 차량 압류 및 경매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은 페라리,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과 같은 슈퍼카에 300%의 높은 세금을 매기는데, 이 때문에 세관원에 뇌물을 주고 차를 낮은 가격으로 신고하거나 부품 조립 방식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꾸미면서 경찰과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띠산 전 서장은 2011년부터 7년간 밀반입된 고급차 368대를 압류해 처리하는 업무를 맡은 바 있다.
티띠산 전 서장 측은 현재 용의자 사망사고에 대해 돈을 갈취하려던 것이 아니라 마약 범죄 관련 정보를 더 얻어내려다 일어난 일이라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자신은 피의자를 추궁했을 뿐 고문과 살인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변호사를 통해 부인했다.
태국 경찰은 이 외에도 티띠산 서장이 다른 4명의 마약 용의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 다른 위법 행위도 조사하고 있다. 태국 경찰은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 결과를 국가반부패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