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희생자 비웃나…2976명 죽인 ‘그 놈’ 옅은 미소

입력 2021-09-09 00:05 수정 2021-09-09 00:05
2003년 3월 1일 파키스탄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파키스탄 비밀경찰에 의해 체포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연합뉴스

9·11테러 발생 20주년을 나흘 앞두고 법정에 선 테러범들이 희생자 유족 앞에서 여유를 과시해 공분을 자아냈다. 얼굴에 미소를 띠고 기자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의 모습까지 보였다.

7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언덕 꼭대기에 있는 ‘캠프 저스티스’ 법정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한 9·11테러 용의자 5명이 출석했다. 모하메드는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으로 9·11테러를 설계한 인물로 알려졌다.

공모자로 지목된 왈리드 빈 아타시, 람지 빈 알시브, 무스타파 알 아우사위, 아마르 알 발루치 4명도 함께 법정에 섰다. 두꺼운 유리막 뒤 참관석에는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앉았다.

이날 논란이 된 건 심리 내내 웃는 모습을 보였던 모하메드의 태도였다. 휴정 시간에 법정을 빠져나올 때는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고 폭스뉴스 등은 전했다.

피고인들은 재판장의 신원을 확인하는 질문에 “예”라고만 답했다.

9·11 앞두고 쿠바 관타나모서 재개되는 테러 용의자 재판. 연합뉴스

모하메드는 9·11 테러를 포함해 대니얼 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참수 사건, 1993년 세계무역센터 테러,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폭발사건 등에 가담한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그는 2003년 파키스탄에 있는 자택에서 체포됐다. 이후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에 옮겨진 후 15년이 지났으나 재판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식 공판이 시작되지도 못한 채 심리만 무려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껏 40차례가 넘는 공판 전 심리만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심리 절차에만 10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날 심리를 진행한 맥콜 재판장은 이 사건을 맡은 8번째 재판장이다.

매들린 모리스 듀크 법대 교수는 “재판이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판 전 심리 절차는 이날부터 오는 17일까지, 올해 11월 1일부터 19일까지 예정돼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