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지났다” 또 패소한 ‘강제징용’ 피해자들

입력 2021-09-08 18:08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또다시 패소했다. 이번 소송은 2019년에 제기됐는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있었던 2012년 5월을 권리 행사가 가능한 시작점으로 삼으면 이로부터 3년이 지나 더 이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에도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마테리아루(전 미쓰비시광업)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거나, 피해자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그러나 권리행사에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인정되면 장애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손해배상 청구 시작점이 정해진다. 이 장애사유 해소 시점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2005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5월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후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을 거쳐 2018년 10월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아직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2012년과 2018년 중 어느 대법원 판결 선고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두고 하급심에서도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광주고법은 2018년 12월 미쓰비시중공업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항소심에서 “대법원이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청구권협정에 관한 해석을 명확히 밝혔다”며 2018년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유족 측 대리인인 전범진 변호사는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소멸시효 기산점이라고 본 광주고법 판례도 있어 항소심에서도 충분히 다퉈볼 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