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 언젠가 XX” 제자에 성관계 요구한 홍대 교수

입력 2021-09-08 18:04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열린 A교수 피해사례 폭로 및 파면 요구 기자회견에서 파면요구서를 들고 있다.연합뉴스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가 제자들에게 수년간 성관계를 요구하거나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 학생들은 향후 예술계에서 겪을 불이익을 우려해 그동안 쉬쉬해오다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학생들은 다음 달 해당 교수를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대 소속 A교수가 2018년부터 학생들에게 성희롱과 폭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A교수가 자신의 수업을 들은 학부·대학원생 제자들에게 강의실 안팎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행동을 했고, 파악된 피해자만 10여명에 이른다고 했다.

공동행동이 확인한 녹음파일과 다수의 피해 증언에 따르면 A교수의 가해행위는 홍익대 부임 이듬해인 2018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n번방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한 여제자에게 “너는 작업 안 했으면 n번방으로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특정 학생을 지칭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사실은 제일 밝힐 것처럼 생겼다”고 말하거나 “여자에게 너무 많이 빨려봐서 실루엣만 봐도 잘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게 피해 학생들의 얘기다.

A교수가 위계관계를 이용해 제자들에게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성적 비하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동행동은 A교수가 한 제자에게 “너랑 나랑 언젠가는 XX하게 될 것 같지 않냐”며 “차라리 날짜를 잡자”고 휴대폰 달력 앱을 실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A교수가 위계관계를 교묘하게 악용해 피해자들이 문제제기조차 못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학기 초 학생들의 집 주소, 부모 직업 등을 파악해 약점을 잡거나 가스라이팅을 해왔다는 것이다. A교수가 자주 뱉은 말 중 하나도 “배신하면 복수하겠다”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향후 졸업 후 예술계에서 일하는 데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들이 한 달여 전부터 용기를 내 피해 내용을 공유해왔다”며 “이미 졸업한 피해자가 상당수일 것으로 보고 추가 사례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대학 측에 A교수의 파면을 정식으로 촉구했다. 다음 달에는 A교수를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A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바로잡을 부분이 많고, 사실이 교묘하게 왜곡됐다”며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도 없다”고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공동행동 측은 “문제 발언을 들은 학생들이 많고, 벌써 추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부정의 여지가 없다”고 이를 재반박했다. 대학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징계 사유가 있다면 관련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