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의원직 사퇴 배수진친 이낙연…“부끄럽지 않은 후보 뽑아야”

입력 2021-09-08 17:25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중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8일 전격적으로 국회의원직 사퇴 선언을 했다. 추격을 자신했던 충청 경선의 충격적 패배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선 분수령인 1차 슈퍼위크(12일)와 호남 경선(25~26일)에서의 역전극을 노린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광주광역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의원직 사퇴라는 ‘돌발선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저를 임기 4년의 21대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주신 서울 종로구민들께 한없이 죄송하다”면서도 “정권재창출을 이룸으로써 제가 진 빚을 갚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최대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견제도 잊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느냐”며 “우리는 5·18 영령 앞에, 세월호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를 향해 ‘도덕적이지 않은 후보’라고 직격한 셈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찾은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카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던진 승부수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 측은 충청 경선 전까지 ‘형수 욕설 논란’과 ‘황교익 인사 논란’, ‘소송비 대납 의혹’ 등 이 지사의 도덕성 문제를 집중 공략하며 네거티브전에 힘을 쏟았다. 그럼에도 4~5일 충청 경선에서 더블스코어로 대패하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참모들이 끝까지 만류했지만, 후보가 직접 기자회견문에 사퇴 문구를 삽입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캠프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것을 다 걸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 지사가 후보가 되면 민주당의 재집권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걸고 막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 초강수를 통해 노리는 것은 이 지사에 반감을 갖는 권리당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자신의 고향이자 20만명의 대의원·권리당원이 투표하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은 충청 경선에서 권리당원 투표율이 과반에 미치지 못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세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사표를 우려해 투표에 나서지 않은 권리당원 수가 상당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낙연캠프의 한 의원은 “권리당원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며 “이 지사로는 본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사직을 유지하며 경선에 참여하는 이 지사와 극적인 대비를 이루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이미 경선 투표가 시작된 상황이라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호감이 있던 호남 유권자에게는 임팩트가 있겠지만, 일반당원이나 국민에게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에 열릴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1월 말까지 사직안이 처리되면 대선과 함께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벌써부터 민주당 내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아직 처리하지 못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사직안이 이 전 대표의 사직안과 함께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지도 관심사다.

최승욱 오주환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