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29일로 예정된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민당 주요 파벌은 아베 전 총리와의 관계에 따라 ‘아베 파’와 ‘반 아베 파’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출마를 고민하는 일부 잠룡들은 아베 전 총리가 수장으로 있는 최대 파벌 ‘호소다파’의 지원을 받기 위해 기존 입장도 뒤집는 모습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이 전날 국회에서 기자단에게 “(아베 전 총리가 연루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재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행정조사가 이뤄졌고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민당에서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지난 2일 아베 전 총리가 재임 시절인 2017년 측근에게 국유지를 헐값에 넘겨주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검찰이 재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의 파벌(기시다파·중의원 53명)으로는 우위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자 6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중의원 96명) 출신인 아베 전 총리가 잘 알려지지 않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을 지지하겠다고 나선 것도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입장을 튼 요인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전날 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자택으로 불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해보자”며 격려했다. 산케이신문은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호소다파를 등에 업는다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반 아베’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상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아베 전 총리에 호의적인 입장인 아소파(중의원 53명) 소속이지만, 자신은 그와 대척점에 서 있는 탓이다. 일부 언론은 그를 자민당 내 ‘개혁파’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불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이시다 시게루 전 간사장이 그를 지지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실제로 고노 개혁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의 지지에 대해서는 대답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 아베 전 총리가 호소다파와 아소파를 한데 묶은 ‘슈퍼 파벌’을 만들 수 있다”면서도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가 50%에 육박해 당원·당우(지지자) 투표에서 역전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중의원과 참의원을 포함해 당원 및 당우까지 함께 투표권을 행사한다.
아베 전 총리가 지원하는 인물과 고노 개혁상 간 ‘양자대결’이 성사된다면 탈원전 정책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비즈니스는 “무파벌 대표 주자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원전 재가동을 원하는 자민당 주류에 반감을 갖고 있어 고노 개혁상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기 총재 선거는 ‘에너지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