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최악감염에도 책임지는 사람 없다…軍 ‘셀프감사’ 경고만

입력 2021-09-08 16:18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길에 오른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장병들이 지난 7월 20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KC-330)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청해부대 승조원 272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돼 조기 귀국한 사태에 대해 8일 국방부가 ‘기관 경고’에 그친 처분을 내렸다. 군 당국은 보고체계 부실과 대응 미흡을 인정하면서도 개별 책임자에 대한 징계 처분을 내리지 않아 솜방망이 감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는 이날 50여일에 걸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군 등 6개 기관(부서)에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특정 개개인의 잘못에서 야기됐다기보다는 관련된 기관(부서) 모두에게 일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고 처분을 받은 기관은 국방부의 국방정책실 국제평화협력과, 인사복지실 보건정책과, 합참 군사지원본부 해외파병과, 해군본부 의무실, 해군작전사령부 의무실, 청해부대 34진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청해부대원들은 기항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료 공급과 식재료 조달을 위해 기항지를 드나드는 과정에서 승조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출국한 특수임무단이 문무대왕함 함정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함내 유증상자가 발생한 지 3일 뒤인 7월 5일에야 부대장이 전원 취침 시 마스크 착용, 식당 비말차단막 설치 등을 지시했지만 ‘3밀 환경’(밀폐·밀접·밀집)인 함정 내에서는 뒤늦은 조치였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감사 결과에 “함내 강력한 거리 두기 대책 시행 등 대응조치는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일부 기항지에서 현지인 도선사들이 방호복 없이 문무대왕함에 승선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기항지 접안을 위해선 도선사의 안내가 필수적인 만큼 그들에게 방역복 착용을 요구하기 어려웠다는 게 국방부 해명이다. 청해부대 의무·인솔요원들이 방호복을 착용했어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 모르는 도선사로부터의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기항지에서의 승조원 무단이탈 행위는 CCTV 조사 결과 없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지휘·보고체계 부실도 드러났다. 파병부대를 총괄하는 합참에 최초보고는 유증상자 처음 발생한 7월 2일로부터 8일 뒤인 7월 10일에 이뤄졌다. 합참은 청해부대의 ‘감기로 판단’ 보고를 그대로 믿고 군사지원본부장(중장) 선에서 종결 처리했다. 7월 14일 확진자 2명이 발생한 뒤에야 합참의장, 국방부 장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에 상황 보고가 이뤄졌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해부대 34진 전원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급파된 특수임무단 장병들이 지난 7월 현지에 도착한 모습. 국방부 제공

군 당국이 사태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개별 문책을 통해 본보기 삼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방부가 감사 착수 계획을 밝혔을 때부터 ‘셀프 감사’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은 당시 “조사는 보나 마나 꼬리 자르기,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며 “국정조사로 청해부대가 왜 나라 없는 부대처럼 방치됐는지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