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채팅방서 상관에 “도라이” … 대법 “상관모욕죄 아냐”

입력 2021-09-08 14:57 수정 2021-09-08 15:21

신임 부사관이 동기 단체채팅방에서 상관을 ‘도라이’라고 지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상관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해군 부사관인 A씨는 2019년 동기들과 함께 사용하는 단체채팅방에서 상관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목욕탕 청소를 지시하고 청소 확인 과정에 물기 제거 상태가 불량하다 등의 이유로 25점의 벌점을 부과하자, 동기 75명이 있는 단체채팅방에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게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상관모욕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2심은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하고, 정당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표현은 목욕탕 청소상태 점검방식 등과 관련된 B씨의 행동이 상식에 어긋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상관인 B씨를 경멸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상관모욕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단에는 장마철에 습기가 많은 목욕탕을 청소해야 하는 A씨의 입장에서 B씨의 청소상태 점검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해당 채팅방이 평소 동기들 사이에서 불평 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던 점, A씨의 표현이 1회에 그친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 표현은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상관인 B씨에 대해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다”며 “정당한 군의 조직질서와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