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에 맞선 아프간 여성들…“시위서 2명 총격 사망”

입력 2021-09-08 05:04 수정 2021-09-08 09:53
반(反)파키스탄 구호 외치는 아프간 여성 시위대. AF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20년 만에 다시 잡으면서 여성 인권이 위협받는 가운데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여러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의 강경 진압으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현지시간) 아프간 하아마통신과 SNS에 따르면 전날 발흐주의 주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탈레반에 여성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여성들의 거리 시위가 진행됐다. 이들은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며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을 요구하는 한편 “새 정부 구성 모든 계층에 여성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달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대부분 집 안에 머물며 외출을 삼가다 이달 들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달 2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 50여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 달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고 외쳤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앞서 카불의 여성시위는 탈레반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경고사격을 하면서 강제 해산됐다. 해산 과정에 머리를 다친 여성이 피 흘리는 사진도 SNS에 퍼졌다.

AFP 통신은 이날 헤라트에서 벌어진 ‘반탈레반’ 시위대 중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타전했다. 현지 의료진은 AFP 통신에 “시위가 벌어졌던 장소에서 시신들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모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