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김웅의 오락가락 해명…의혹만 더 키웠다

입력 2021-09-07 20:33 수정 2021-09-07 20:40
김웅 국민의힘 의원. 최종학 선임기자

검찰의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오락가락 해명’으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극도로 민감한 사안을 놓고 김 의원의 ‘말 바꾸기’ 해명이 오히려 사태를 일파만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에게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긴 유승민 전 의원까지 나서 ‘정직한 해명’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의혹을 소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연다. 그가 내놓을 해명에 따라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이번 의혹을 폭로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첫 보도가 나온 2일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차원에서 문제의 문건이 공식 접수된 바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또 뉴스버스에 “검찰 측 입장에서 고발장이 들어왔던 것 같다”고 밝혔다가, 지난 6일 일부 언론에 “최강욱 의원 고발장은 내가 만들었다”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러다 7일에는 “고발장을 쓰지 않았다”고 말을 또 바꿨다. 이어 “정말 기억이 안 나지만 (고발장 등을 전달받은 것이) 다 사실일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이번 의혹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시점에 발생한 일인 만큼 정확한 기억을 살리기는 어렵지만, 김 의원의 해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김 의원의 모호한 처신은 의심만 증폭해 여권의 공작에 먹잇감을 제공했다는 면에서 엄청난 해당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 스스로 자신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 통화마다 김 의원 말이 달라져 신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을 정치권으로 이끈 유승민 전 의원도 “김 의원에게 ‘정치를 하면서 최선의 대응 방법은 정직이다. 모든 걸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이야기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여권은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공격 수위를 연일 높이고 있다. 총선 이후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잠행을 이어오던 이해찬 대표까지 공개석상에 등판해 “민주주의 체제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공세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례적으로 TBS 라디오에 출연해 “이것은 선거개입 수준이 아니라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번 고발 사주 의혹이 윤 전 총장을 ‘녹다운’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윤 전 총장의 ‘공정’ 키워드와 중도 외연 확장성을 물거품으로 만들 만들 수 있는 성격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김병민 캠프 대변인은 “사실관계도 입증하지 않고 가짜뉴스만 가지고 윤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야말로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헌 이가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