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갑 착용에서 비롯된 인권침해 요소를 인정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경찰은 피의자를 호송할 때 의무적으로 수갑을 채우고 포승했지만, 앞으로는 담당 경찰관이 수갑·포승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7일 경찰청이 ‘피의자 유치 및 호송 규칙’을 지난 7월 개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나왔던 인권위의 권고에 따른 조치다.
앞서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가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지난해 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상황을 문제삼았다. 도주 우려가 없음에도 심사 이후 경찰이 수갑을 채워 유치장으로 호송해 대기하도록 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인권침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피의자 호송 시 도주나 폭력 등 저항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도록 한 규정은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며 관련 규정 개정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청도 해당 관행이 상위 법령에서 정한 한계를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개정된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앞으로 피의자를 호송할 때 수갑·포승을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담당 경찰관이 자체 판단에 따라 수갑이나 포승 사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경찰의 수갑 착용 관행은 지속적으로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재 인권위는 경찰의 ‘뒷수갑’ 관행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5월 발달장애인 고모(23)씨의 혼잣말을 오해한 여성이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벌어졌다. 고씨가 현장에서 횡설수설하자 경찰은 뒷수갑을 채워 체포했다. 이후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뒷수갑은 도주 및 자살 우려 등을 고려해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게 돼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앞수갑을 채워야 한다.
앞서 인권위는 법무부에도 수갑 관행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A씨는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수갑을 풀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당했다며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강력범죄 피의자일지라도 수갑·포승은 예외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며 관련 지침 개정을 권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