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두고 제주도와 녹지국제병원 간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제주도가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주식회사(이하 녹지국제병원)가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의 항소심 판결을 다투기 위해 6일 대법원에 상고했다고 7일 밝혔다.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은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조건취소 취소소송’과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 2건이다.
이중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은 지난달 18일 항소심 판결이 내려졌고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조건 취소소송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1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녹지병원 측은 제주도가 진료 대상을 내국인으로 제한하고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걸었다. 1심은 제주도의 손을 들었다.
1심 재판부는 “개설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관련 조항의 사유가 발생했다”고 봤다.
다만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제주도의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며 녹지병원이 제기한 소송 건에 대해서는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선고를 연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병원 측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지난 달 18일 판결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은 사업계획서를 보면 녹지병원이 진료 대상자를 제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설립이 추진됐던 것으로 보임에도 (제주도가) 외국인으로 한정하는 조건을 달아 허가했다”며 “녹지제주가 의료법에 명시된 대로 개설허가 후 3개월 이내에 병원을 열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업무를 시작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당초 “주된 이용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하면서도 내국인 이용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준비를 마쳤는데 제주도가 허가 신청 15개월이 지난 후에야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 관광객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사업 계획의 수정, 인력 채용과 같은 개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란 얘기다.
제주도는 7일 상고 결정과 관련해 “판결 내용을 검토한 결과 1심과 항소심의 판단이 엇갈린 점, 의료법 해석에 관한 법률적 해석 여지가 있는 점 등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는 “항소심 재판부도 녹지국제병원이 개원 준비에 필요한 구체적인 행위에 착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아 제주도의 처분 근거가 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의료법상 ‘정당한 사유’의 포함 여부에 대한 판단이 문제가 되는 만큼 적극적인 논리 개발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심 재판부는 조건부 허가 취소소송과 개설허가 취소소송 두 사건 모두를 포괄적으로 검토할 수 있었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개별 사건만 심리되면서 제한적인 관점에서 판결이 내려졌을 수도 있는 만큼 두 소송의 연관성을 더욱 보강해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녹지그룹은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외국의료기관 사업계획을 승인받아 2017년 7월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부지에 47개 병상, 4개 진료과목을 갖춘 병원(지하1층 지하3층 연면적 1만8223㎡, 778억원 투입)을 건립하고 같은 해 8월 제주도에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신청서를 냈다.
국내 1호 영리병원 개원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도는 허가를 수차례 연기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 하다 2018년 12월 진료 대상을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는 조건을 달아 개원을 허가했다.
이에 녹지그룹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부당하다며 2019년 2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도는 녹지그룹이 도의 조건부 허가에 반발해 의료법이 정한 기한 내 업무를 시작하지 않자 2019년 4월 녹지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했다. 의료법 64조에 따르면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병원을 열어야 한다.
그러자 녹지그룹은 같은 해 5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추가로 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