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미취학 아동에게 “내 몸을 간지럽혀달라”는 요구를 한 20대 남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7일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4시10분쯤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근처에서 서성이던 20대 남성 A씨는 놀고 있던 아이에게 다가가 “몸을 간지럽혀달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아이 엄마가 놀라 “당신 뭐냐”고 따지며 남성과 아이를 분리시켰다. 아이 엄마가 큰 목소리로 남성을 향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냐’는 식으로 재차 따져 물으며 소란이 발생했고, 이를 본 아파트 보안요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남성에게 주거지 등을 물었지만 남성은 주소지를 여러 번 바꿔가며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대문경찰서는 어린아이를 상대로 자신의 몸을 만져달라고 요구한 남성의 행동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 이 남성이 아이에게 ‘간지럽혀달라’는 요구는 했지만 실제 접촉까지 이뤄지지 않아 처벌이 가능한지 모호한 상황이다. 다만 경찰은 “유아를 상대로 성범죄를 시도하려는 과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수에 그쳤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내부적으로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해당 아파트 거주민이 아닌 외부 사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자체적으로 CCTV를 확인한 결과, 이 남성은 샛길을 통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왔고 약 5분 동안 놀이터 근처에서 서성이다 아이에게 접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측 관계자는 “우선 외부인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입주민 여부가 명확하게 확인되면 단지 차원에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수 있을텐데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경찰에서 이 남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둔 입주민들은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살 아이를 둔 한 입주민은 “더위가 수그러들어서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러 자주 나가려고 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하여 다시 ‘집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측도 단지 내에 “어린이 홀로 외출을 삼가 달라”는 식의 주의를 요구하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남성은 동대문구에 거주지를 둔 것으로는 파악됐다”며 “주민 불안을 줄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엄정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